여행 이야기2016. 1. 5. 07:30

 

 

사실 나는 일본어를 공부한 기간에 비해 일본 땅에 발을 디딘 경험은 참 적다. 이번 휴가 전에 일본을 방문한 적은 단 2. 그러나 그조차도 동아리 공식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인의 집에 묵는 바람에 낯선 땅에서 나 스스로 모험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사람이 일본을 가게 되었으니 지하철도 신기하고 편의점도 신기할 뿐이었다.

 

상황이 바뀌면서 쇼핑에 대한 내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학생 시절 배낭여행 때에는 돈도 없었지만, 무언가를 사면 가방도 무거워지고 보관도 걱정이라 쇼핑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사 후라 구매력은 늘어나 있는 반면 일정은 짧아지다 보니,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도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되었다.

 

 

 

 

 

 

한편, 동행한 친구는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던 터라 일본에 대해 딱히 신기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함께 백화점 식품관을 가면 나는 다양한 고로케와, 본 적 없는 초밥과, 한국과는 다른 식재료가 신기한 반면에 친구는 에잇! 맨날 튀긴 거 아니면 밥 덩어리야하며 지루해 하였다. 화장품 가게에 가도 친구는 이미 다 써본 것이기 때문에 고민하거나 궁금해 하며 만지작거릴 일이 없었다.

 

그런 친구에게 대개는 구매보다는 구경이 목적인 나의 (게다가 부지런한) 쇼핑관광은 점점 힘에 부쳐갔다. 나는 나대로, 내가 이것저것 들춰보며 먹어볼까 발라볼까 살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내내 등 뒤에 서 있기만 하는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30분 후에 여기서 만나자!’ 라고 말하고서는 쇼핑을 했다. 나 혼자만 즐거운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조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바삐 돌아다녔다. 시간제한이 있는 쇼핑이 이렇게 감질 나는 것인지 나는 살면서 처음 느꼈다.

 

그러는 동안 손님들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서도 쇼핑을 가면 최소한 반나절은 걸리는데, 신기한 것이 더 많은 외국에서는 언제나 쇼핑시간이 부족하셨겠구나. 그러면 그동안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친구와 같은 손님들 또한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람만 가도 이렇게 관심과 성향이 다른데, 인원이 더 많은 단체 여행에서는 얼마나 더할까.

 

이번의 이 경험 때문에 앞으로 쇼핑 시간이 모자라 안타까워하시는 손님들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될까 조금 걱정도 된다. 하지만 손님들이 여행을 신청할 때 공통적으로 검토하고 동의하신 우리의 일정을 기준으로 삼아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쇼핑하고 싶은 손님도 그렇지 않은 손님도 모두 나의 손님이니까 말이다.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