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2. 2. 06:30

 

 

처음 라오스를 여행한 건 2년 전이다. 라오스는 시작부터 사랑스럽고 편안한 나라였다. 우선 버스가 그랬다. 라오스로 국경을 넘자마자 번쩍이던 뮤직비디오는 잠잠해졌고, 운전은 한층 부드러워 졌으며, 음악은 잔잔해졌다. 국경에서는 유럽 아이들과 달리 무비자 대상국이라고 공무원이 ‘Korea, friend!’ 하며 간단히 통과시켜 주었다.

 

국경을 넘어서는 봉고차로 갈아탔다. 아주 고풍스러운 차였다. 어찌나 낡았는지 좌석 높이가 다 달랐다. 그런데도 힘은 좋았다. 들어가는 데 까지 사람을 싣고 가는 슈퍼 마력(馬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버스여행이 참 좋았다. 까만 눈의 순한 아기, 다정한 할아버지들, 두 손목 가득(떠나는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며 사람들이 달아준) 실 꾸러미를 묶은 소녀 등이 사랑스러웠고, 길 가의 작은 마을들과 파파야·오이·고기를 파는 간이 노점들도 흥미로웠다.

 

 

 

 

 

 

산골 구석 어디든 찾아가는 완행(緩行) 중의 완행 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새벽이면 강가에서 연무가 피어오르는, 농키오라는 깨끗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그런 작은 마을에서 나는 배를 타고 더 깊숙한 시골로 들어갔다. 오지중의 오지였다는 예전과는 달리 최소한 하루 종일 전기는 들어오고 있었지만, 비가 오면 아이들이 토란잎을 우산 삼아 쓰고 노는 모습이 꼭 만화 같았다.

 

한동안 시골만 다니다가 그나마 도시다운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니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탁발 행렬이었다. 탁발은 매일 새벽 이뤄지는데, 아직 어두울 때 종이 울리면 스님들이 나이순으로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때 새벽잠 많을 어린 스님이 헐레벌떡 뛰어와 형아들 사이에 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그 사이 거리에서는 부녀자들이 길을 쓸고 공양물을 준비해 단정히 앉아 있다. 이윽고 시작하는 탁발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강해 보였다. 밥 한 공기를 위해 탁구공보다 작은 밥덩이를 여러 명에게 받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 행렬이 끝나 가면 공양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조용히 합장을 올리는데, 이중에는 주변의 개들에게까지 모두 공양한 후 기도를 올리는 분도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다보면 나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나의 이런 기억들은 모두 화려함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라오스는 옛 황금시대를 거들먹대는 건물들이 즐비한 곳도 아니고, 도로가 안 좋아 이동 시간도 길다. 그래서 소위 효율적인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라오스는 멍하니 여유를 즐기다 문득 감사해지고 행복해지는 나라다.

 

입사하고서 본 테마세이투어의 라오스 여행일정은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초코우유빛깔 메콩강을 아주 천천히 유람하다가 강가의 작은 마을을 들르기도 하고, 가는 길이 험해서 나조차 포기했던 항아리 평원을 가기도 한다.

 

물론 어느 여행지가 그렇듯 내가 받은 느낌이나 행복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반영이다. 그 순간의 나와 그 순간의 라오스가 만나 생긴 일종의 설명하기 어려운 화학작용이라고 할까. 그래서 손님들이 받는 느낌은 그 정도나 형태가 나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테마세이투어를 통해 라오스를 다녀오는 분들이 내가 그랬듯 각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행복감이 충만한 여행이 되길 바래본다. 단순히 휙 구경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럴만한 밑바탕이 있는 여행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곧 있을 라오스 인솔이 기대되는 이유다.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