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2. 24. 06:00

 

지난 연말, 로마로 휴가를 간다고 하니 주변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우스갯소리로 이탈리아는 구걸하는 사람들조차도 배우같이 생겼단다. 아마 그들의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덕분일 것이다.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에 이탈리아, 로마, 미남 등으로 검색해보니 결과물이 재밌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패션이 남다르다는 일반적인 증언부터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태도가 심각하게 달랐다는 남성들의 하소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사람은 신혼여행만큼은 절대 이탈리아로 가지 말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남겨 놨다.

 

덕분에 비정상회담(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대표가 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말도 떠올랐다.

 

 

 

 

 

 

그 대표 왈, 이탈리아 사람들은 남에게 보이는 것을 매우 중시 한다는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때문에 패션에 상당히 민감하고, 약간의 허세가 있다고도 표현했다. 패션에 지나치게 투자하다가 빚까지 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름 해변은 하나의 패션쇼장이라고 하니 그들의 열정이 가히 짐작이 간다.

 

위의 얘기가 사실인지 여부는 현지에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드디어 도착한 로마에선 인솔이 아니다보니 좀 더 여유롭게 주변과 현지인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탈리아 사람들의 출근길은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 같았다. 멋스러운 정장을 갖춰 입은 현지인들이 마치 모델이 걷는 것 마냥 내 앞을 휙휙 지나가는데 절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자세히 보니 소품 하나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품이 딱 맞는 와이셔츠, 재킷, 독특한 색의 니트와 멋스럽게 마무리한 스카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개인의 신체조건 상관없이 모두 본인에게 어울리는 깔끔한 차림새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이탈리아가 패션의 선두주자이며, 수많은 장인들과 패션브랜드를 자랑하는 나라인건 알고 있었지만 국민들의 패션 감각 또한 이리 뛰어날 줄이야.

 

특히 허리가 굽은 노부부가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옷차림은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정장 커플룩을 선보였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저 나이에 젊은 사람들을 능가하는 패션 감각이라니. 이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귀국 후 나의 옷차림을 관리(?)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로마야 원래 볼 것 많은 도시로 유명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옷차림도 함께 눈 여겨 보는 게 어떨까. 의복 또한 그 나라의 문화인 것을 고려하면 또 다른 이탈리아가 보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이탈리아 북부지역 한정이라는 것이 동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