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3. 13. 05:4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기예보 사이트를 확인했다
. 세상에! 비가 오고 번개가 친단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꿈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곳이다. 내방이다. ‘아직도 첫 출장의 여운이 남아있네안도하며 시계를 보는 순간, 또 다시 소리를 질렀다. 출근 시간 30분 전, 지각이다.

 

스리랑카 인솔자로 배정되었을 당시에는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자주 마시던 실론티의 실론이 스리랑카를 뜻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 상태로는 인솔은커녕 망신만 당하겠다는 생각에 한 달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여행 스케줄뿐만 아니라 책과 블로그를 보며 역사와 문화도 익혔고, 세계테마기행 스리랑카편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았다. 공부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보고 논문 쓰냐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열심히 준비했지라고 생각하며 첫 출장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을
100%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쏟아냈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캔디 가는 날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졌는데, 바로 다음날은 교통정체가 너무 심해 식물원을 보는 데 여유가 없었다.

 

어떤 날은 3개월 만에 내린 비가 폭우로 변하면서 우산도 소용없이 모두가 비를 쫄딱 맞아야 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갑작스런 시위로 길이 막히는 바람에 콜롬보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다행히 변수가 늘 불행은 아니었다. 가이드 없이 손님들과 함께 한 유명 시장을 찾아 헤매다 엉뚱한 곳엘 가게 되었는데 오히려 더 싸게 과일을 살 수 있었다. 여행 8일차에는 타이어가 펑크 나서 일정과 반대로 사파리투어부터 시작한 덕분에, 이른 아침의 마두강가를 전세 낸 것처럼 돌아보기도 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첫 인솔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보람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덕에 현지 가이드의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께 개인적으로 설명드릴 수 있었다. 이미 와본 사람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처음에는 긴장된 상태로 이리저리 뛰어다녀서 힘든 줄 몰랐지만
, 여행 막바지엔 탈이 날 정도로 체력이 방전되었다. 그런 인솔자를 오히려 걱정하고 챙겨주신 11분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하루 거른 조식을 바로 알아차리시고 모두들 어디 아프면 약 줄테니 말해요.”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찌릿했고 너무나 감사했다.

 

마냥 즐거웠던 인솔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배운 것도 많았고, 손님들의 여행을 도왔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단지 여행사를 통해 만난 사람이 아닌 마음이 통하는 여행 동반자가 되어 정말 행복했다.

 

여행 후 전화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너무 반가운 분들. 앞으로 테마세이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과 지금과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다. [은보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