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3. 9. 06:30

 

베트남으로 첫 출장지가 정해진 후 작은 설문조사를 벌였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베트남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은 것이다.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베트남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힌트를 얻고 싶어서였다.


이를 통해 세대별로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나와 같은 또래에게 베트남이란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도락을 겸한 휴양지였고, 또 부모님과 그 이전 세대에게는 베트남 전쟁의 이미지가 무척 강렬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이토록 극명하게 나뉘는 인상 탓에 출장 당일 호치민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관련 서적을 읽으며 베트남의 매력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하지만 나는 불행히도 초보였다. 매력을 전달하기는커녕 호치민 공항에서부터 실수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짐을 찾고 만날 장소를 물색하던 중 공항 컨베이어 벨트 옆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띄었다. 손님들께 트리 앞에서 뵙자고 말씀드렸지만, 아뿔싸! 당시에는 긴장한 탓인지 양옆으로 늘어선 수많은 트리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결국 손님들과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손님이 우왕좌왕하는 인솔자의 가방을 챙기는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졌다.


버스에서는 또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마이크를 잡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꼼꼼하게 적어온 멘트들이 생각조차 나질 않았다. 호치민의 더운 날씨와는 달리 내 마음속은 아직도 서울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긴장의 연속이었다.

 

출장 전, 동기들과 함께 연극같이 손님과 인솔자의 역할로 나누어 수도 없이 출장 상황을 연습해왔지만, 현실은 첫날부터 내 짐 하나 제대로 못 챙길 줄이야.







첫날 일정이 끝난 후
, 호텔방에 들어갔지만 이대로는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할 것 같아 초조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려 했지만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굳어있고
, 불안한 모습을 보인 첫날의 나를 바꿔 놓은 것은 바로 손님들이었다. 여행 내내 우리 일행에게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이은 비로 우중충했던 다낭과 후에 같은 베트남 중부 일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베트남 이야기를 즐겁게 듣는 그 모습이 초보 인솔자에게는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었다.


비록 첫 출장을 갓 마친 초보 인솔자이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인솔자에게 최고의 에너지는 좋은 호텔의 편안한 침대나, 혹은 유명한 맛집의 한 끼가 아니라 바로 손님들의 웃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인솔자에게 힘을 준 손님들의 밝은 미소를 잘 간직했다가, 다음 출장지에서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미소를 먼저 보여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신정원]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