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3. 16. 06:30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감회나 느낌은 모두 다르다. 최대한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여행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인솔자의 역할은, 그만큼 무겁고 또 어렵다.

 

입사 후 정해진 첫 인솔지가 대만이라서 더 걱정이 많았다. 대만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는 곳이지만 큰 임팩트가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함께 여행하는 분들에게 짧은 여정동안 어떻게 대만 특유의 잔잔한 매력을 전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여정이 시작됐다.

 

초보 인솔자에게 가혹하게도 일정 중 타이페이에서는 내내 비가 내렸다. 아열대성 기후의 섬나라인 대만에서 이미 예상했던 비였지만 그래도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방문지인 용산사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용산사는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찰이자, 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생활의 한 부분과도 같은 곳이다. 춘절을 포함한 명절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신의 지혜를 빌리고 싶은 일이 있으면 용산사를 찾는다.

 

용산사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은, 지난 해 처음으로 대만을 찾은 낯선 여행객이었던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들이 많던 시기에 용산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얻었고, 용기를 내 같이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용산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 때의 이야기를 서툴지만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서 말씀드렸다.


 

 



이윽고 용산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향을 든 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 대만 사람들의 기도 방식은 아주 독특해서 절에서 모시고 있는 신에게 향을 먼저 조공한 뒤 마음속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소원을 이야기한다. 소원을 얘기할 때에는 반드시 또는 아니요라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의 대답여부는 반달 모양의 나무 조각 두 개를 던져서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절 내에는 짙은 향냄새와 함께 나무 조각을 연신 던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그 속에 섞여 나무 조각을 던져 신의 답을 확인도 하고, 새해의 평안을 빌며 정성들여 기도를 해보았다. 절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용산사를 찾은 내가 예전에 받았던 감동을 함께 느껴주셨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발은 젖었지만, 하루의 피로가 모두 날아갈 만큼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내게 대만여행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전하고, 우리의 여행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예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