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6. 5. 06:30

 

 

3월의 한가운데, 성큼 다가온 봄을 향한 인사는 잠시 미뤄두고 겨울왕국 출장길에 나섰다. 북유럽은 여름에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눈과 얼음, 오로라의 세계를 한겨울에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선보인 상품이었다.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20명의 용감한 손님들과 함께 환승지인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생각보다 온화한 핀란드의 날씨에 우리 모두는 안도했다. 그러나 늦은 밤 도착한 첫 목적지인 케미 공항의 활주로에는 가장자리마다 채 녹지 않은 눈이 두텁게 쌓여있었고, 군데군데 빙판이 꽝꽝 얼어붙어 있어 마음이 심란했다.

 


 




추워서 투어는 제대로 진행이 될까
? 눈이 많이 와서 차가 못 다니면 어떡하지? 오로라를 한 번도 못 보고 가진 않겠지? 비몽사몽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근심 끝에 정신을 차려보니 첫 일정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북위 65. 북극권을 코앞에 둔 케미는 예상했던 만큼이나 추웠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파란 하늘과 청량한 공기에 폐부 깊숙한 곳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꽁꽁 언 발트 해에 포슬포슬한 눈이 쌓인 풍경은 마치 하얀 도화지 같았고,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눈과 얼음으로 쌓은 스노우캐슬 안에 들어서니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그뿐이랴, 1m 두께의 얼음을 산산조각 내며 호쾌히 전진하는 쇄빙선 탑승은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특수 제작된 방한수영복을 입고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발트 해에 입수해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려했던 것보다 순조로웠던 케미에서의 첫 일정이 끝나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은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선 핀란드 정부가 공인한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고, 다음 크리스마스에나 배달될 엽서를 쓰며 동심에 젖어보았다.

 

소복이 눈이 쌓인 나무 사이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탔던 순록 썰매의 낭만과 질주하고 싶은 본능을 숨기지 못했던 허스키들의 하울링, 키르케네스의 바다를 은은히 비춰줬던 오로라와 핀란드 사우나의 뜨끈한 열기까지. 비록 강풍 때문에 노르드캅 전망대에 갈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라플란드에서 보낸 9일은 진짜배기 겨울여행이었다.

 

올 여름도 작년 여름만큼이나 덥단다. 유독 더위에 약한 나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벌써부터 겨울왕국 여행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