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6. 30. 06:00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색적인 풍광,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모험적인 오프로드, 역사적 의미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실크로드의 중심 도시들, 그리고 여행자를 반겨주는 수많은 현지인들. 여행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게 할 이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켜주는 곳! 바로 중앙아시아 여행을 다녀 온지 이제 막 열흘이 지났다.

 

하루는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를 여행하던 중이었는데, 생일을 맞으신 손님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하고 싶었으나 살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동네의 몇몇 학생들이 두리번거리는 내게 다가와 뭘 그렇게 찾고 있냐고 물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나는
‘Happy birthday to you’ 노래를 부르며 바디랭귀지를 총 동해 케이크를 사고 싶다는 말을 전달했다. 마침내 그들이 알아들었지만 가게가 멀리 있다는 말에 포기하고 가려는 내게 한 학생이 자기가 케이크를 사다주겠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그런 부탁을 해도 되나,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것 같긴 한데, 아니야 말도 안 돼. 돈만 가지고 갈 거야.’ 순간 나는 고민했지만 이 청년이 아니면 어차피 케이크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15분 뒤 식당으로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현지가이드와 식당 직원은 웃으면서 당연히 안 사오지, 네가 너무 순진했다며 놀렸다. 하지만 그 학생은 깡마른 몸에 커다란 케이크 상자를 들고 나타났고, 그 때 그 순간 마치 세상이 모두 내편인 것 같은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고맙다고 연신 외친 뒤 나를 놀리던 가이드와 식당 직원에게 이것 보라며 자랑을 해댔다.

 

우즈베키스탄이 사람으로 감동을 준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은 그 황당함으로 감동(?)을 주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는 여행자가 갈 수 있는, 최고로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온통 대리석과 금으로 치장된 아슈하바트는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게 했다. 더 궁금하고 황당한 건 그렇게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도시에 사람 한 명 지나다니질 않는다는 거다. 길거리 쓰레기통엔 휴지 하나 없었다. 도시 전체가 마치 영화 트루먼쇼에 나오는 세트장 같다는 게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을 선물해준 이 여행에 정점을 찍어준 건 카자흐스탄이었다. 우리 여행은 잠깐 오프로드의 맛만 보는 그런 싱거운 여행이 아니었다. 34일 내내 진행되는 진정한 오프로드 여행은 나중에 수도인 알마티로 돌아왔을 때 손님들이 이제 차가 흔들리지 않아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산 자체가 층층이 다른 색깔로 빛나는 악타우 위에 올라가면 하늘, 구름, 설산이 어우러져 기막힌 풍경을 자아냈다. 해발 2,200m 위에 펼쳐진 아씨 고원을 걸을 때면 발밑에 융단처럼 깔려있는 구릉들이 금방이라도 양탄자가 되어 하늘로 둥둥 떠오를 것만 같았다.

 

시야에 방해되는 요소 하나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고원을 위풍당당한 설산이 감싸고 있고, 우리를 태운 지프차가 달리는 길은 하늘과 경계를 두지 않아 앞으로 달려갈수록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직도 카자흐스탄의 아씨 고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수십 번도 더 헬로우를 외치던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고, 뭐든 사진을 찍으려고만 하면 다가와서 제지하는, 딱딱한 척하지만 미소를 감추기 어려워 보이는 투르크메니스탄 군인들의 모습도 떠올라 웃음이 피식 난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이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세 나라를 방문하는 중앙아시아 여행은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고라도 꼭 떠나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