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0. 11. 16. 07:00

세계를 여행하다보면 인천국제공항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공항도 참 드물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세계 최악의 공항은 어디일까요?

공항은 보통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합니다. 여행자들이 외국에 도착하자마자 접하는 곳이 바로 공항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공항 직원들의 태도와 서비스가 대개 그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곤 합니다. 첫인상이 나쁘면 만회하기란 좀 처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공항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에 전혀 무관심한 나라들도 여행하다보면 꽤 많습니다.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기도 하고, 공항내 화물담당직원들의 도둑질이 유난히 심한 공항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꼽은 '최악의 국제공항 4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지역으로 여행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위 : 인도 바라나시 공항

개인적인 경험상 인도 바라나시 공항 직원들의 질은 인도 공항 중 최악입니다. 국제선도 그렇고, 국내선 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공항의 특징은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런 룰이 있는지 없는지 사실 정확치도 않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규정이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하지만 인도의 다른 공항에선 전혀 적용이 되지 않으니 정말 그런 규정이 있기나 한건지 알길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건전지가 많으면 규정보다 많다며 테러 위험이 있다고 압수합니다. 담배도 규정보다 많다고 뺏는 경우도 있습니다. 담배 피는 사람들은 대개 라이터를 몇개씩 가지고 다니는데 좀 비싸 보이는 라이터도 단골 대상입니다. 

물론 그냥 뺏지는 않습니다. 다른 봉투에 담아 안전하게 보내 줄테니 도착공항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도착공항에 물건이 따로 도착하는 경우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도착안했다고 항의하면 일에 착오가 생겨서 다음 비행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여행자로선 물건을 받는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도 큰, 혹은 값비싼 물건은 이런 장난을 하지 않으니 그냥 애교로 봐줘서 4위로 선정했습니다. 



3위 : 캄보디아 시엠립 공항


여행 좋아하는 사람에겐 필수 여행지인 앙코르와트의 관문 시엠립 공항도 악명 높습니다. 이곳의 공항 관리들은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합니다. 보통 현지 도착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 골탕 먹이기가 진행됩니다.

방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검은 색으로 기재안했다고 해서 다시 해오라 하고, 대문자로 안썼다고 다시 써오라 하고...뒷돈을 안주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비자발급을 자꾸만 늦게 처리합니다. 최근에는 개인 여행자나 가족여행자들에겐 이런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그룹여행에는 아직도 벌어지는 부정행위입니다. 


그런데 가만보면 유독 한국인들에게만 뒷돈을 요구합니다. 성격 급한 점을 이용한 것이지요. 한국인중 한명두명 공항 관리들에게 뒷돈을 주다보니 이런 관행이 생겨난 것입니다. 서류가 완벽하면 비자 발급을 안 해줄 도리가 없으니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는게 상책입니다. 



2위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은 특히 짐이 없어지기로 악명높습니다. 거듭된 경제위기로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그럴까요? 만약 화물로 부친 가방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다면 이건 숫제 그냥 가져가라는 뜻입니다. 자물쇠를 채워도 안심은 못합니다. 자물쇠를 뜯어서 가져가니까요. 자물쇠를 뜯는건 좋은데 그 과정에서 어떤땐 가방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가방에 든 물건 중 손 타기 쉬운 것들은 크기가 작은 물건들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번은 선글래스, 그 다음번에 갔을 때는 알람시계를 도둑맞았습니다. 선글래스는 케이스는 놔두고 안경만 빼갔습니다. 혹 있을지 모르는 검색에 대비하기 위해서겠지요. 선글래스는 원래 자기가 쓰던 것이라고 우기면 될테니까요.


암튼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갈 때는 자물쇠를 좀 더 탄탄한 것으로 해서 엄두를 못 내게 하고, 무엇보다 잊어버릴만한 작은 물건은 손가방에 넣어 직접 가지고 다니는게 최고입니다. 

 

1위 : 러시아 이르쿠츠크 공항


대망의(?) 1위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공항입니다. 바이칼호수를 가기 위해선 들르지 않을 수 없는 공항입니다. 

이곳의 공항은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습니다. 이곳의 공항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러시아를 찾은 여행자들의 머리 뚜껑을 열리게 해 두번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대개 일의 진행은 이렇게 됩니다. 여행자들이 도착하면 입국심사대로 몰려 옵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두개 이상은 절대로 열지 않습니다. 심사대가 두개면 사람들은 두곳으로 나누어 줄을 섭니다. 그러다 높은 사람이 입국심사대에서 일하는 직원을 부르면 갑자기 한개의 심사대가 폐쇄됩니다. 


이 불행한 줄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것외엔 달리 할일이 없게 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 직원은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질 죽여가며 유일하게 남은 한줄 맨끝으로 갑니다. 꼭 이럴 때에 맞춰 그 직원이 다시 와서 심사대를 엽니다. 맨 뒤에 서 있으면 그 직원이 다시 오는게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우루루 다시 연 심사대 앞으로 몰려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도리 밖에 없습니다. 


이르쿠츠크 공항이 좀 정도가 심할 뿐 대부분의 러시아 공항들은 입국이든, 출국이든 대개 이런 골탕을 먹기 마련입니다. 줄 잘서는 것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습니다. 러시아에선 자신의 행운을 시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그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