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여강을 맨 처음 본 것은 어떤 외국잡지에 실린 단 한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나를 즉각 사로잡았습니다. 전체가 수백년된 기와집으로 가득찬 도시가 아직도 남아 있다니...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잡지엔 중국 이미지란 말만 있고 그 이상 아무 정보도 없었습니다. 닥치는대로 자료를 찾다 결국엔 중국 운남성의 자그마한 도시라는 것을 알아 냈습니다. 

직접 가 본 여강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보통 유적은 보존을 위해 텅 비운채 엄격한 보호를 받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명나라 시대의 기와집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서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 사람들도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이나 민속촌이 아닌 실생활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강에 처음 갔을 때 난 갑자기 중국의 중세 시대에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강 고성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와집들. 약 800년의 역사를 가진 집들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치는 실제 사람들이 저 집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강 여행은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현실에 고스란히 부활된 역사를 보게 해줍니다. 이것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지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곤명에 직항편이 생긴지 제법 되었지만 아직 여강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여행지로서의 뛰어난 가치에 비해 유럽 여행자들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이 점차 알려지면서 여행자들의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여강이 앞으로 중국 내륙 최고의 여행지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여강은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를 통털어서도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생각입니다.





















여강의 매력은 모든 집앞으로 섬섬옥수가 흐른다는 것입니다. 인근의 옥룡설산의 눈이 녹으면서 흘러온 물입니다. 그리고 집과 거리는 모두 정겨운 나무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습에 여강이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별 마음에 드는 비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강의 곳곳을 흐르는 옥천수 옆에는 아담한 카페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은 여강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사쿠라 카페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합니다. 여강 고성에서 유일하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여강의 거리는 모두 잘 다듬어 놓은 돌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고풍스럽고 정겨워 보입니다.
여강은 또 한 중국의 소수부족중 하나인 나시족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나시족 자치현의 중심지인 만큼 여강에선 나시족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바로 위 사진처럼 격십자로 멘 띠와 파란 모자입니다.






여강의 길을 걷다보면 이런 그림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사실은 그림이 아니라 글자입니다. 바로 동파문자로 상점명을 써 놓은 것입니다.
나시족의 고유문자인 동파문자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상형문자입니다. 저 중 맨 아래 글자는 저도 아는 글자입니다. 바로 흡연이란 뜻입니다. 저 문자로 보아 아마 담배가게인 듯 합니다.
 










여강의 표정들입니다. 이들은 여강이 박제된 박물관이 아니라 실생활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여행지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적함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당연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도 얼마 못 갈듯하니 혹 여강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하루 빨리 다녀 오심이 좋을 듯 합니다.





















여강의 중심엔 작은 광장이 하나 있고, 사방가라고 불립니다. 이곳에선 자주 나시족의 춤판이 벌어집니다. 둥그렇게 서서 서로 손을 잡고 빙빙돌면서 손과 발을 앞뒤로 흔드는데 누구라도 몇번 보고나면 금방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여행자들이 이들과 어울려 나시족과 함께 민속춤을 춥니다. 물론 나시족들도 외국여행자들의 합류를 무척 반겨합니다.

다음번 운남성 포스팅 땐 '여강의 밤'을 계속 보여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