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커스.
아주 오래전부터 다마스커스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즐겨보던 새소년 잡지엔 모험이나 '세계의 신비'같은 기사를 자주 다루었는데 그때마다 다마스커스란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그 후 역사를 배우면서 다마스커스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이고, 동서양 문화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는 것을 배우고나선 호기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때부터 다마스커스는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들어 갔는데 요르단 시리아 여행길에 나서면서 개인적으론 요르단의 페트라보다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모습이 훨씬 더 궁금했습니다. 



우마이야 사원.
다마스커스의 역사는 기원전 1,00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단의 아랍인들이 이곳에 도시를 건설한 후 다마스커스는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의 교역 중심지로 성장해왔습니다.
다마스커스가 세계사의 중심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7세기부터입니다. 당시 이슬람의 주류 세력이었던 우마이야 왕조는 이곳을 수도로 정하고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마이야 왕조는 특히 이슬람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슬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탄생했지만 이슬람 특유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낸 것은 우마이야 왕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마스커스는 당대 이슬람의 중심지였고, 우마이야 사원은 이슬람 전체를 대표하는 중앙사원이었던 셈입니다.



우마이야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여성들은 온 몸을 저렇게 옷으로 감싸야 합니다. 사원에서 저 옷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신발도 신을 수 없습니다.
사원 초입에는 이슬람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살라딘의 묘역도 있습니다. 살라딘은 12세기 유럽의 3대왕인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프랑스의 존엄왕 필리프, 독일의 붉은수염황제 프리드리히가 총출동한 제3차 십자군 전쟁에서 승리, 예루살렘을 지켜냄으로써 이슬람의 수호자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살라딘은 이집트, 시리아,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이슬람의 종교적 통일까지 이룬 역사적 인물이지만 극도로 청빈한 삶을 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사후엔 묘역을 조성할 돈마저 없어서 친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살라딘의 묘소는 무척 소박합니다.



우마이야 사원내부 입니다. 엄청나게 넓은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을 들어갈 때마다 인상적인 것은 무척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도시간에는 일제히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되지만 그외 시간은 누워서 낮잠자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원이라기 보단 일종의 휴식시설 기능을 함께 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마스커스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사진은 구시가지의 다채로운 모습입니다.
다마스커스는 이집트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인 것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동서 교역로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리적인 잇점으로 인해 수많은 대상들이 오고간 상업의 도시로 번영을 누려왔습니다. 지금 구시가지는 전세계의 여행자들로 들끓고 있지만 그 옛날엔 온갖 진귀한 물품을 낙타에 실고온 대상들이 끊임없이 풀어내는 천일야화로 시끌벅적지근했을 것입니다. 



하미디에 시장입니다. 최대의 상업도시답게 하미디에는 이슬람권 최대의 재래시장입니다. 13세기에 지어졌는데 지붕덮인 상점가가 500m나 이어집니다.



하미디에 수크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이 박다쉬 아이스크림 가게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우선 건장한 시리아 사내들이 돌아가면서 마치 우리 떡 치듯이 떡메로 아이스크림을 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아이스크림은 무척 쫀득쫀득한데 그 맛은 정말 최고입니다.
이 맛에 반한 한 사업가가 한국에 박다쉬 아이스크림을 들여오기 위해 협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국이 수교가 안되어서 그런지 사업이 성사되진 못했습니다. 암튼 다마스커스에 가게 되면 열일 제쳐두고서라도 꼭 박다쉬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어봐야 합니다.  



타키이예 슐레이마니예 사원. 1553년에 지어진 사원으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위대한 건축가 미마르 시난의 작품입니다. 시난은 이스탄불의 슐레이마니 모스크등 수백개의 사원과 궁전을 지은 이슬람 최고의 건축가입니다.



우마이야 사원 남쪽에 거의 붙어 있는 아젬궁전입니다. 시리아를 지배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통치자인 아사드 파샤 알 아젬이 18세기에 지은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리아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이라는 인상이 꽉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신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이미지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야 어떻든 여행자들에게 시리아인은 다른 모습입니다. 전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시리아인들은 친절하기로 정평나 있습니다. 실제로 다마스커스는 물론 그외 지역에서 만난 시리아인들은 어떻게 하든 차를 대접하려고 했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또 한 시리아의 범죄율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낮은 수준이라 밤에도 안심하고 나다닐 수 있습니다.  



여행중 카페에서의 차 한잔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창이 카페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배낭여행서의 바이블인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된 다마스커스의 정통 카페 마카알 노파라입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높은 의자에 앉아 천일야화를 읽어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사과향 물담배를 피우며 할아버지의 구수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말은 못 알아들어도 정말 분위기 하나는 끝내줍니다.




서양 여행자들 사이에 너무나 유명한 우마야드 팰리스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한 자리서 계속 회전하는 수피댄스 공연이 있었습니다. 끝없는 회전을 통해 알라신과 자신을 일치시켜 나간다는데 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천일야화에나 나올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