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지는 단연 팔미라입니다. 팔미라편에서 얘기했듯 아마 전세계 로마 유적중 가장 우아한 곳일 겁니다.
보스라는 시리아에서 두번째로 손꼽히는 유적지입니다. 하지만 팔미라에 가려 찾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로마식 원형극장을 제외하고 특별히 볼만한 꺼리도 없습니다. 복원작업도 거의 하지 않는 듯, 아무렇게나 기둥과 돌들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어 마치 폐허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로마식 원형극장이 워낙 압권입니다. 다른 건 다 놔두고 이 원형극장 하나만으로도 보스라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수많은 로마극장을 가봤지만 보스라만큼 원형이 완벽히 보존된 곳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그 어떤 공연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짜임새있게 건설되었다는 것을 그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원형극장은  보스라가 아라비아의 로마 행정구 수도로 한창 발전해 나가던 AD2세기에 지어지기 시작했고, 8세기엔 이슬람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우마이야 왕조의 요새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수용규모는 15,000명입니다.



이 성벽뒤로 원형극장이 있습니다. 성채와 원형극장이 붙어 있는 독특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걷고 있는 다리 옆으론 성채를 보호하기 위한 해자입니다. 요새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5m 높이의 성벽 덕에 이 요새는 두차례에 걸친 십자군의 공격에도 함락되지 않을 만큼 철벽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성벽에 걸려 있는 사진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인데 왜 저곳에 대통령 사진이 있어야 하는지 좀 뜬금없어 보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시리아에선 대통령 사진을 모욕하거나 삿대질 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괜한 곤욕을 치룰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입니다.




성채와 원형극장외에도 보스라엔 궁전과 모스크, 히포드롬, 로마시대 욕탕등이 현재 복원중이거나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설이 모두 있었다는 것은 보스라가 고대부터 매우 중요한 도시였다는 뜻입니다.
다마스커스에서 남쪽으로 140km 거리의 호란 평야에 있는 보스라는 메카로 향하는 고대 상인들의 중요한 이동 경로였습니다. BC14세기의 기록에도 이름이 등장할 정도니 상당히 오래전부터 중요한 도시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한때는 로마의 아라비아 행정구 수도가 될만큼 엄청난 번영을 이루었지만 그후 주요 이동로가 레바논 서쪽으로 옮겨가면서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보스라엔 폭이 120m에 달하는 거대한 수조도 있습니다.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역시 보스라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시설입니다.
하지만 시리아의 보스라 복원작업은 쉬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베두인을 포함해 이미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보스라의 유적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부터 보스라의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되면서 정부 보조로 이주 작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아 어느 세월에 끝날지 까마득해 보이기만 합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