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하면 보통 네덜란드의 암스텔담부터 떠오릅니다. 그야말로 풍차는 네덜란드의 상징입니다.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도시가 있다면 그건 시리아의 고도(古都) 하마(HAMA)일 것입니다. 다만 암스텔담이 풍차의 도시라면 하마는 수차의 도시입니다.  

하마는 오론테스강 줄기에 발달했습니다. 구약성경에도 등장합니다. 그러니 다마스커스나 알레포 같은 시리아의 전통적인 고도 못지않게 오래된 도시라는 얘기입니다.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특별한 시설이 필요했는데 그게 수차입니다. 지금도 하마엔 오론테스 강을 따라 10여개의 거대한 수차가 남아 있습니다.




하마의 수차는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비잔틴 후반기라고 치더라도 모두 600년 이상된 수차들입니다. 전체가 나무인 점을 감안하면 600년 세월을 견디는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수차는 수량이 풍부할 땐 여전히 잘 돌아갑니다. 지름이 20m나 되는 이 거대한 바퀴가 도는 것을 보면 물을 긷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월을 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때 교역도시로 이름 날렸던 하마는 지금은 시리아 농업의 중심도시로 조금은 한가한 모습입니다.



하마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들이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왔습니다.
시리아는 강경 이슬람국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시리아의 밤거리엔 다마스커스에서도 그랬지만 여성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모두 히잡을 쓰긴 했지만 다른 이슬람 국가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여성들의 활동이 굉장히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밤 외출은 반드시 남편이나 아버지와 함께 해야 하는 이슬람 국가들도 많지만 시리아에선 여성들끼리만 카페에 앉아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차에도 불이 켜졌습니다. 바로 옆 사원의 미나렛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와 함께 하마의 밤도 깊어 갔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