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식2010. 12. 18. 06:30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와인 마실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왠지 와인 마시는 자리가 불편합니다. 혹시 상식이나 에티켓에 어긋나서 무식하단 소리나 듣지 않을까 괜히 눈치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와인 마시는데 특별한 에티켓은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하지만 잘 못 알려진 두가지 와인 상식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1. 레드와인은 고기에, 화이트는 생선 먹을 때 마시는 술이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와인 에티켓 중 하나가 레드 와인은 고기 먹을때 마시는 것이고, 화이트는 식사 전이나 메인디쉬가 생선일 때란 것입니다. 
이건 와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대체적으로 지켜지지만 안 지켜도 그만인 와인 에티켓입니다.  

유럽의 식당에서 유럽인들이 어떤 와인을 마시는지 옆 테이블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고기 먹는데도 화이트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 프랑스 친구도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마십니다. 프랑스 친구말에 의하면 자기는 '그냥 섞어 마시지 않기 위해 처음 마신 술을 계속 마신다'고 합니다.
손님을 초대한 공식적인 자리에선 레드, 화이트 뿐만 아니라 핑크와인 까지 구색을 맞추어 준비는 해놓지만 정작 선택은 손님들의 취향껏입니다.
그러니 우리 역시 유럽 여행길에서 꼭 고기나 생선에 맞추어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2. 잔을 들 때는 반드시 다리(스템)를 잡아야 한다.

화이트와 레드의 선택보다도 더 잘 못 알려진 얘기입니다.
유럽의 식당에서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다리를 잡고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거의 한국인과 일본인들 뿐입니다. 소위 와인전문가들이 '잔의 볼을 잡으면 온도가 올라가 와인맛을 떨어뜨린다'며 다리를 잡으라고 하지만 정작 유럽인들은 손바닥 전체로 볼을 잡고 마십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절대미각을 가진 전문가들이야 약간의 온도 차이로 맛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이야 그 정도론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꼭 다리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몇 분 모셨습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 호주 총리와의 만찬장면입니다.
노대통령은 전문가에게 배운대로 다리를 잡고 있지만 정작 와인의 나라 총리는
그냥 무식하게(?) 볼을 잡고 있습니다.



역시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입니다.
노대통령은 여전히 배움에 충실하고 있지만 정작 
 브라질 정상은 자기 편한대로입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상도 볼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일 정상들 만큼은 다리를 잡고 '쨍!'하고 있습니다.
난 이게 유럽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일본에서 건너온 잘못된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신 바와 같이 의전을 끔찍하게 중시하는 각국의 정상들도 아무렇게나 잔을 잡습니다. 그러니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전문가 흉내내면서 부담스럽게 마실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와인, 그냥 편하게 마시면 됩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