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프랑스 여행은 미술기행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베르 쉬르 와즈엔 고흐가 있고, 지베르니엔 모네가, 알바트르 해안가엔 부뎅 쿠르베 등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있습니다. 

우선 '불꽃처럼 살다 간 화가' 고흐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서 멀지 않은 오베르 쉬르 와즈를 찾았습니다. 오베르 쉬르 와즈 가는 길은 프랑스 특유의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 계속 되었습니다. 








오베르 쉬르 와즈는 와즈 강가에 자리한, 인구 7천여명의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고흐는 37살이 되던, 1890년 5월 17일에 이곳으로 홀연히 왔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아를에서 작품을 하다 발작을 일으키고, 생 레미에서 요양소 생활을 마친 직후였습니다.

그가 왜 파리 북부의 이 한적한 마을을 선택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동료 화가들과 갈등을 빚었던 파리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오랜 후원자인 동생 테오도르 고흐와 가까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파리 근교의 이 마을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할 뿐입니다.

암튼 고흐는 이 마을에서 그의 생애의 마지막 불꽃을 치열하게 불태웠습니다. 그는 죽기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이 마을의 모든 풍경을 미친듯이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까마귀가 있는 보리밭' '오베르의 교회' 등 70여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하루에 한점 이상씩을 그린 셈이니 그가 가진 마지막 한방울의 에너지까지 쏟아내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나 한 듯 말입니다.






그가 2개월간을 살고,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뒀던 하숙집입니다. 그가 살던 곳은 맨위 3층의 아주 작은 다락방이었습니다.






고흐가 남긴 하숙집 주인 딸의 초상화입니다.





지금 하숙집은 작은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고흐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고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그의 작은 다락방이 나옵니다.






그의 방은 생각보다도 훨씬 작았습니다. 이 방에서 그는 마지막 삶을 살았고, 마지막 그림을 그렸습니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천재화가의 곤궁한 삶을 엿보는 듯 합니다.

고흐는 마을 외곽에서 스스로 가슴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숨이 끊어지지 않아 이틀간을 더 저 초라한 철제침대에서 고통과 싸우다 죽었습니다.









마을은 거의 모든 곳이 그의 작품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대마다 고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오베르의 교회'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 그림을 보면서 상상했던 그 교회 모습 그대로라 오히려 꽤 놀랐습니다.









'오베르의 시청사' 입니다. 인상파의 많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품을 볼 수 있습니다.











저 계단 앞에 마을 사람 몇만 있으면 그림 그대로의 모습일 것입니다.















오베르 쉬르 와즈의 한가한 마을 풍경입니다. 저 길을 따라 고흐는 산책을 하고, 그림을 구상하고, 그림꺼리를 찾아 다녔을 것입니다.






마을앞을 흐르는 와즈강입니다. 이 강변 역시 좋은 산책로였을 것입니다. 그는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왜 삶을 끝내기로 했을까요?






'까마귀가 나는 밀밭' 작품과 배경입니다.












까마귀는 보지 못했지만 밀 밭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밀밭과 가까이에 있는 마을의 공동묘지입니다. 고흐는 이곳에 잠들었습니다.






고흐의 무덤은 이 공동묘지에서도 가장 작고 초라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옆엔 평생동안 물심양면으로 형을 지원했던 동생 테오도르의 무덤이 나란히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테오도르 역시 형의 자살에 큰 충격을 받은 듯 6개월 뒤에 발작을 일으켜 33살의 아까운 나이에 죽었습니다. 원래는 출생지인 네덜란드에 묻혔으나 1912년 이곳으로 이장해 죽어서도 형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고흐의 생애는 나를 우울하게 했습니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삶, 그에 따른 경제적인 궁핍,  그럼에도 온몸을 불사지르듯한 작품에의 몰두, 그리고 선택한 자살. 이 모든 것이 범벅되어 혼란스럽고 심난했습니다.

오베르 쉬르 와즈를 나와 모네를 만나기 위해 지베르니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활짝 핀 유채꽃도 내 울적한 마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듯해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 내내 안보는 눈으로 창밖만 멍하니 바라 보았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