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해안을 보통 노르망디 해안이라고 부릅니다. 이 중 디에프에서부터 르 아브르에 이르는 103km의 구간을 알바트르 해안이라 부르는 데 노르망디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꼽힙니다.

노르망디를 보기 위해 여행의 기점인 자그마한 도시 디에프로 갔습니다. 프랑스 북부 해안의 경치는 하얀 단애가 특징인데 디에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름이 잔뜩 꼈지만 간간이 드러나는 파란하늘과 진초록 바다, 그리고 하얀 단애가 어우러져 디에프 바닷가는 산책을 즐기기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바닷가를 따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저곳에 살면 절로 운동할 마음이 날 것 같았습니다.






디에프를 빠져 나오니 프랑스 특유의 여유로운 전원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프랑스에서 지방을 갈 때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에서 보기 드문 농업국가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 프랑스엔 대규모 공업단지가 없습니다. 프랑스는 최첨단 산업을 유치하려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오히려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농업에 미래에 있다고 보고 국가 정책의 큰 틀을 짜고 있습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가 심각한 식량난에 봉착할 것이란 예측이 요즘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미래 전략이 맞아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프랑스에겐 더할 나위없는 호재가 되겠지만 특히 다수를 차지하는 빈곤국에겐 치명적인 상황이 될 것입니다.






최근 프랑스 농촌엔 유채꽃밭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갈 때마다 더 많은 유채꽃들을 보게 되어 그럴거라 짐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방송됐던 환경다큐멘터리 '얀의 홈'에서도 이 얘기가 나오더군요. 이는 유채꽃에서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는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왠만한 농작물보다 소득이 훨씬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디에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서쪽으로 달리다보면 페캉이라는 작은 도시가 나옵니다. 이곳엔 멋진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습니다. 이 수도원에 아주 독특한 노르망디 술이 있다고 하여 한잔 마셔 보고자 들렀습니다.






베네딕틴이라는 술인데 중세 시절부터 이 수도원만의 비법을 갖고 담근 노르망디 전통주입니다.

이 수도원은 지금은 개인소유입니다. 수도원의 기능은 없고, 비법을 전수받은 개인 양조장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도원 건물이 워낙 멋진데다 내부의 전시물도 제법 알차서 꼭 들러볼만 합니다. 무엇보다 진귀한 술맛을 공짜로 볼 기회가 있으니까요^^






바로 이 술입니다. 프랑스 전통주로써 꽤 많이 전세계에 팔린다고 합니다.
술 맛은?
흠... 설명하기 어렵게 복잡미묘했습니다. 
막걸리에서 데낄라까지 술 가리지 않는 애주가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맛을 봤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해안을 따라 계속 달려갑니다. 날씨가 좋은 행운만 따른다면 멋진 바다색깔과 함께 진노랑 유채,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 등이 어우러진 멋진 경치가 계속 됩니다.






이곳은 보고트 언덕입니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을 읽어본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바로 그 소설에 자주 무대로 등장하는 그 보고트 언덕입니다. 
꿈많던 처녀시절 품었던 미래에 대한 환상이 난봉꾼 남편과 불량소년이 된 아들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 소설속의 주인공 '장'은 저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일생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보고트 표지가 보입니다. 저리로 내려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나옵니다.









행불행을 떠나 '여자의 일생'의 장 처럼 어릴적 꿈꿨던 미래와 직접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현실사이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은 분명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볼까하고 바닷가로 나갔다가 멋진 풍경에 빠져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바람 불어오는 바다만 바라보다가 돌아나왔습니다. 

사족 하나 : 모파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여자의 일생'에 대해서만큼은 극찬했다고 합니다.  

사족 둘 : 모파상은 노르망디 출신입니다. 1850년 미로메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친구였던 플로베르에게 문학을 배웠습니다.






알바트르 해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에트르타로 향해 계속 갑니다. 차창밖으론 드넓은 목장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혹 친구에게 처음 바다를 보여주어야 한다면 서슴없이 에트르타를 권하리라' -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카르.

에트르타를 사랑한 사람은 알퐁스 카르 뿐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 관한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에트르타는 '인상파의 고향'이라고도 불립니다.
대략 명단만 살펴보면 부뎅, 들라크르와, 코로, 쿠르베, 르느와르, 피사로, 모리조, 모네 등 인상파의 거장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에트르타의 상징인 아발 절벽입니다. 모파상이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처박은 모습'이라고 표현한 그대로입니다. 에트르타의 단골손님인 모네도 이곳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아발 절벽위에까지 멋진 산책로를 따라 오를 수 있습니다. 






아래로 에트르타 시와 전경이 모두 보입니다.






동네 아이들도 놀러왔습니다.






아발 절벽 건너엔 아몽 절벽이 있습니다. 이곳 역시 산책로를 따라 오를 수 있는데 꼭대기엔 자그만 교회도 있습니다.






아발과 아몽 절벽 사이는 둥근 만을 이루는 데 그 자리에 아담한 에트르타 시가 있습니다.






작지만 고풍스런 건물로 가득한 매우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괴도 뤼팽을 탄생시킨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집도 에트르타에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기암성'의 무대가 바로 에트르타 입니다.









에트르타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가 홍합입니다. 저렇게 국물없이 양념해 찌기도 하고, 하얀 크림 소스로 국물을 내어 만든 요리도 있습니다. 모두 무척 맛있습니다.






맛있는 홍합요리를 먹은 후 소화시킬 겸 에트르타 해안을 다시 한번 산책한 다음 앙드레 지드를 만나러 퀴베르빌로 갔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