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프랑스 여행의 재미는 아름다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좁은 문'의 작가로 너무나 유명한 앙드레 지드를 만나기 위해 작은 마을 퀴베르빌을 찾았습니다. 퀴베르빌 가는 길에도 샛노란 유채꽃이 계속되었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써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없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 좁은 문에서






퀴베르빌은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았습니다. 낮은 구릉지대에 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데 대략 눈에 들어오는 집을 모두 세어봤자 20여채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도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퀴베르빌 여행은 고즈넉해서 좋았습니다.






마을 초입엔 작은 성당이 하나 서 있습니다. 바로 이곳의 공동묘지에 앙드레 지드가 잠들어 있습니다.






왼쪽이 지드의 묘이고, 오른쪽은 그의 부인인 마들렌의 무덤입니다.
마들렌은 소설 좁은문의 주인공인 알리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알리사가 제롬에게 보낸 편지 내용 역시 실제로 마들렌이 지드에게 보낸 편지 그대로를 옮겨온 것입니다.

앙드레 지드는 매년 여름마다 퀴베르빌의 삼촌댁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두살 연상인 외사촌누이 마들렌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1895년 지드가 26살이 되던 해에 결혼하였습니다. 결혼후에도 이들 부부는 파리와 퀴베르빌을 오가며 지냈습니다.

지드 부부가 행복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들 부부는 소위 프랑스에서 말하는 백색결혼 상태였습니다. 성관계 없이 평생 정신적인 사랑만 나눴다는 얘기입니다. 주로 파리에서 지낸 지드와 달리 마들렌은 1914년부터 1938년 죽을 때까지 퀴베르빌에서 지냈다 하니 사실상 별거 상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부부 관계가 워낙 특별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이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앙드레 지드는 법학교수였던 아버지와 루앙의 부유한 사업가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1869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11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온통 여성들에 둘러싸여 자랐고, 집안 자체가 굉장히 엄격한 청교도적인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이 지드에겐 엄청난 부담이었던 듯 그는 어릴 적 신경쇠약을 앓았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앙드레 지드의 삶과 작품을 보면 청교도적인 절제와 이를 벗어나고자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늘 고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1893년 북아프리카 여행에서 동성애를 경험하고 나선 그간 자신을 짓눌러오던 종교적 도덕적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부인 마들렌과는 육체적으로 영원히 다가서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그에게 좁은문은 마들렌에게 가는 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그는 이런 심적 갈등을 배경으로 '좁은문' '교황청의 지하실' '전원교향곡' '지상의 양식' '배덕자' '소련기행' 등 많은 작품들을 내놓았고, 1947년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성당 내부는 시골교회답게 무척 소박했습니다.












무엇보다 퀴베르빌 여행이 좋은 것은 한적한 프랑스의 농촌 마을을 가장 가까이에서 걸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퀴베르빌의 시골길을 걷다보면 소설속에 등장하는 뷔콜랭 외삼촌 집이 나옵니다. 퀴베르빌은 '좁은 문'에선 퐁그즈마르 마을로 나옵니다.






바로 이 집입니다. 생각보다 쾌 큰 저택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집은 지드의 외삼촌 롱도의 소유였습니다. 지금도 역시 지드 가문이 갖고 있습니다. 지드는 여름마다 이곳에서 지냈고, 마들렌도 바로 이 집에서 만났습니다.






센느 할머니입니다. 이 할머니는 지드의 집안인데 정확한 인척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로 파리에서 지내는 데 운좋게도 여행 당일 퀴베르빌에 있어서 집안 내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앙드레 지드 애독자라고 했더니 기꺼이 집안 구경을 시켜주었습니다. 보통때는 집안을 보려면 이 할머니에게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합니다.












집안은 세월이 느껴졌고, 퀴베르빌의 옛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클래식한 자전거인데 앙드레 지드가 이 자전거를 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머니의 호의로 집안을 본 다음 다시 마을로 나왔는데 퀴베르빌은 참 평화로웠습니다.









마을을 나오는 길에도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이제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름다운 항구도시 옹플뢰르로 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