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1. 2. 20. 06:00



여행사에 있어 현지 가이드는 양날의 칼입니다. 수준 높은 가이드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행에서 차지하는 가이드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저희 여행사의 경우 좋은 가이드를 찾아내는 데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가이드가 있는 경우엔 때론 웃돈을 주고서라도 붙박이로 고정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조적으로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프랑스, 남프랑스, 독일 일주, 영국일주, 이탈리아 일주 등 한 나라만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좋은 가이드를 만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 포함되다 보니 베테랑 가이드조차도 첫 방문인 지역이 수두룩합니다. 또 유럽의 경우 로마나 파리등 대도시에서 하루나 이틀밤을 묵고 빠져나가는 일반 패키지 투어에 익숙한 가이드들 뿐이라서 
지방으로의 동행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정말 대책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현지 물가나 여러 상황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싼 여행경비가 일반화된 지역이 특히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저희 테마세이투어는 여행지에서 쇼핑센터를 들르지 않습니다. 여행시간을 쇼핑에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옵션투어도 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미리 여행프로그램에 포함해서 갑니다. 대신 현지 여행사에는 여행비를 비싸게 지불합니다. 쇼핑이나 옵션투어에서 나오는 수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값을 내고 그에 맞는 대접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희 여행사 프로그램인 캐나다 로키 지역에서 만나는 가이드는 정말 대책없는 친구가 나오기 일쑤입니다.

한번은 우리 팀을 맞으러 나온 가이드가 우리 일행들 보다 훨씬 더 큰 가방을 두 개씩이나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 가방 안에는 버스 안에서 우리 일행들에게 팔 목적으로 싸들고 온 물건이 가득했습니다. 각종 건강식품에 육포, 가죽제품 등등… 쇼핑센터 방문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이 직접 팔겠다고 들고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시중가보다 많게는 5배나 더 비싸게 물건을 팔겠다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러 방법으로 달래다가 결국에는 버스에서 물건을 팔지 않는 대신 팁을 많이 챙겨주겠다고 설득하면서 얼마를 주면 사심 없이 일을 하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이드는 최소한 3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기는 전문가라 탁 보면 아는데, 이런 팀에서는 최하 300만원의 쇼핑 부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후부터 가이드의 태도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어졌습니다. 이동 중에 경치가 좋은 곳에서 버스를 잠깐 세우자고 하면 도로교통법 운운하며 거부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반한 우리 일행들과는 달리 별 볼일 없는 곳에서 왜 시간을 끄느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몇 군데에서는 자신은 동행하지 않고 알아서 보고 오라는 식으로 버티기도 합니다. 로키의 너무나도 멋진 대자연을 앞두고 이런 가이드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한숨부터 나옵니다. 이 정도면 가이드가 여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자 그는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행 와서 쇼핑하면 손님들은 좋은 물건 사서 좋고, 가이드는 돈 벌어서 좋고, 서로가 행복할텐데 왜 쇼핑을 거부해서 판을 깨는 거야?"


진품 물건을 싼값에 산다면 몰라도 가짜이거나 몇 배씩 바가지를 씌운 물건을 사서 행복할 여행자가 어디 있겠느냐는 내 대답에 그는 한마디를 더 붙였습니다.

"나는 전문가라 어떤 물건을 팔아도 손님들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어."

더 이상 대꾸할 가치조차 느낄 수 없어 대화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여행 프로그램을 잘 짜도 가이드가 어떤 일에 전문이 되어야 하는 존재인지 조차 분간 못하면 정말 난감합니다. 좋은 여행을 만드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