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테마세이투어 직원들도 봄나들이를 했습니다. 장소는 예술의 전당. 이곳에서 모처럼 다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오셀로를 감상했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모든 사실이 부하의 계략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자 죄책감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흑인 장군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오셀로의 비극은 위험한 상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죽도록 사랑했던 부인을 외도로 의심한 것은 출처도 분명치 않은 손수건 한 장이었습니다. 그의 상상력은 이성을 마비시켜 사실과 환상을 구분 짓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파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셀로와 달리 여행에 있어 상상력은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오셀로의 무대는 키프로스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은 테마세이투어 여행지중 한 곳인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베로나입니다. 이곳엔 이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였던 대리석 발코니가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발코니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그 발코니에서 오갔을 연인들의 달콤한 밀어들을 보게 합니다.
이런 예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파리 위쪽의 오베르 쉬르 와즈의 밀밭들은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상상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프라하의 골목 역시 모차르트나 카프카가 걷던 길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그냥 흔하디흔한 골목일 뿐입니다. 중국의 차마고도도 그 먼 길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대상들과 일을 모두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을 가족들의 이슬맺힌 눈망울을 생각할 때 비로소 그 길의 의미가 다가옵니다.
여행지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것도, 테마세이투어에서 여행마다 자료집을 발간하는 것도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던 여행지를 나만 실망스러워 했을 때, 혹 내 상상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한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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