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1. 5. 24. 06:00


첫 유럽 배낭여행길에 나는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프라하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을 때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숙소를 잡지 못해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바람에 프라하 행 기차를 탔을 때는 이미 비몽사몽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독일의 한 기차역에서 쫓겨나듯 내려야만 했습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딱딱한 독일 승무원은 우리를 막무가내로 기차에서 밀어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그냥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한창 실랑이를 벌이는데 영어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자초지종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탄 기차가 프라하 직행이 아니어서 독일의 뉘른베르크 역에서 체코 기차로 갈아 타야했던 것입니다. 잠을 못자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져 제대로 확인 못한 게 실수였습니다.

우리를 도와준 할아버지가 고마워 무엇으로 보답할까 생각하다가 한 친구가 팩소주를 꺼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한국의 소주를 맛본 적이 있다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테마세이투어 입사 초기 받은 교육중 하나가 ‘여행자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하루 5만원으로 먹고, 자고, 차타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그 실수로 인해 입은 금전적, 시간적 손해가 몹시 짜증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가 기차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독일의 친절한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할아버지의 도움 덕에 내 실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무난하게 다시 뉘른베르크 역에서 제대로 된 기차를 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수는 무언가를 잃게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할아버지 경우처럼 난 여행에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생각지 못한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좀 더 느긋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