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 인생의 시간이 일주일만 남아있다면 그 시간을 생말로에서 지내고 싶다’
'인간의 조건'을 쓴 소설가이자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의 말입니다. 생말로가 프랑스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앙드레 말로의 말이 아니더라도 생말로는 일주일 정도 푹 쉬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습니다.











생말로는 소위 '앗' 소리가 나는 곳은 아닙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생말로엔 볼거리 이상의 그 무엇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여행지는 굉장히 멋지지만 쉽게 싫증나는 곳이 있고, 또 어떤 곳은 특별함이 없음에도 괜히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곳은 그냥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언가 안심이 되고, 여행자들이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정감이란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생말로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정감있고,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는 도시지만  한때 생말로는 살벌한 동네였습니다. 17세기만해도 해적들의 도시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입니다. 생말로는 켈트족의 후예들이 번성시킨 도시입니다.

이곳의 켈트족을 로마인들은 갈리아인이라 불렀는데 그 천하의 로마도 늘 전전긍긍했던, 용맹무쌍 하기로 소문난 민족입니다. 혹시 아스테릭스라는 만화가 기억나시는지요? 헤라클레스 같은 힘을 갖게 하는 마법의 물약으로 로마 군대를 늘 골탕먹이는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좌충우돌 영웅담을 그린 프랑스의 국민만화입니다. 이들이 바로 골족, 즉 갈리아인입니다.
생말로에 본거지를 둔 이들의 해적질은 프랑스 정부도 손을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용인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생말로는 도시 전체가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진은 생뱅상 성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요새화되어 있습니다.






성벽위에는 아주 멋진 산책로가 있습니다. 이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생말로 구시가지를 한바퀴 돌게 됩니다. 생말로에 가게 되면 열일 제쳐두고 이곳부터 걸어봐야 합니다.


















생말로는 6세기경 웨일즈 출신의 주교였던 성인 말로가 이곳에 수도원을 세움으로써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그리고 군사요새화된 이 성벽은 12세기부터 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생말로는 안개의 도시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코앞 조차 분간 못할 정도로 지독한 안개가 자주 낀다고 합니다. 안개 낀 생말로도 아주 운치있을 것 같습니다. 














생말로의 시가지는 2차대전중 독일과의 격전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거의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전쟁이 끝난 후 17-8세기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복원해 냈습니다.














생말로 앞바다의 구요새입니다. 이 요새로 인해 생말로는 더욱 난공불락의 성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생말로의 앞바다는 극심한 조수간만의 차를 보입니다. 밀물이 되면 이렇게 순식간에 물이 찹니다. 밀물때 저 요새에 가면 썰물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생말로의 바닷가엔 해안을 따라 이렇게 길게 참나무 목책을 세워놓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생말로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도 큰데다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합니다. 이 목책은 파도의 강도를 최대한 줄여 성채와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 놓은 것입니다.






올드 영화팬들에게 생말로는 '라스트 콘서트'의 촬영무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백혈병으로 2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던 스텔라가 해변을 거닐던 도시가 바로 생말로 입니다.






이렇게해서 생말로 여행도 저물어 갔습니다.
생말로는 정말 멋진 일몰을 가진 도시이기도 합니다.






생말로에서 하룻밤 잔 다음 이제 여정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성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루아르 밸리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