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서 파리나 런던, 로마를 보지 않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자주 가다보면 유럽의 아름다움은 작은 도시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프랑스 여행에서 우연히 들른 모레 쉬르 루앙이 그런 곳 중 하나였습니다. 






루아르 밸리에서 퐁텐블로로 가는 길에 들른 모레 쉬르 루앙은 인상파 화가 시슬레가 살았던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마을은 잠시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왜 시슬레가 이곳에 정착하여 그림을 그렸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는 영국 국적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살았고, 프랑스에서 죽었으니 사실상 프랑스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슬레는 파리에서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덕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전쟁통에 가세가 완전히 기운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평생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시슬레가 모레 쉬르 루앙에 온 것도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시작, 집세가 싼 곳을 찾아 작은 도시들을 전전하다 1875년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모레 쉬르 루앙은 12세기부터 형성된 유서깊은 도시로 중세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파리로 개선하기 전날 밤 바로 이 호텔에서 잠시 쉬어 갔다고 합니다.
또 한 모레 쉬르 루앙은 저명한 정치가인 조르주 클레망소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언론인인 클레망소는 프랑스의 총리 시절 1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입니다.






시슬레는 일찌감치 르느와르, 모네 등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슬레의 그림은 처음엔 모네의 아류 정도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시슬레는 자신의 독창적인 화법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갔고,  결국 이점이 인정받아 60세로 죽기 직전에 들어서 드디어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시슬레는 인상파 화가중에서도 유독 풍경화만을 고집스럽게 그렸습니다. 시슬레는 모레 쉬르 루앙의 거의 모든 곳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미국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레의 길' '모래더미'와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모레 쉬르 루앙의 다리' '모레의 포플러길'등 모두 이 도시를 그린 것들입니다. 이 중 '모레의 포플러길'은 세번이나 도둑맞았다가 찾아 특히 더 유명해졌습니다.










모레 쉬르 루앙을 그린 화가는 시슬레 뿐이 아닙니다. 그와 친한 모네, 르느와르와 인근에 살았던 피사로, 루소도 이 마을의 단골 화가들이었습니다.














800년이 넘은 오랜 도시지만 마을 곳곳엔 중세 시대의 고풍스런 교회와 성벽, 개울을 잇는 나무다리와 격조있는 목조 건물들이 옛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 있습니다.














별 다른 기대없이 우연히 들른 도시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횡재라도 한 기분이 듭니다. 크기도 아담해서 이 모든 곳들은 산책삼아 천천히 걸어서 전부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프랑스 왕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퐁텐블로 성으로 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