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에서 멀리 내려다 보였던 제우스 신전입니다. 어떤 곳엔 주피터로 나오는 데 제우스 신의 영어이름일 뿐 같은 신입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최고의 신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자신을 잡아 먹으려던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우리의 윤리적 관념으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과정입니다. 유럽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결코 아름다운 등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 가장 완벽해야 할 최고의 신에게 이런 흠집을 만들어 놓은 걸까요? 혹 완벽, 완전함이란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닐런지... 암튼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플롯입니다.






왼쪽으론 아크로폴리스가 올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제우스 신전의 기둥이 카리스마 넘쳐 보입니다.






제우스 신전은 기원전 515년에 착공되었지만 실제로 완공된 건 2세기의 로마 시대 때입니다. 원래는 최고의 신을 모시는 신전답게 104개의 육중한 코린트식 기둥이 떠받치는 거대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15개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우스 신전의 위엄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입니다. 1896년의 제1회 근대올림픽 경기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개최되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양궁경기장으로 사용되었으며, 마라톤 골인 지점을 이곳으로 지정, 올림픽의 의미를 더욱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제1회 올림픽에는 14개국에서 241명의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참가국을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 유럽국가인데 특이하게도 칠레가 끼어 있습니다. 그외의 비유럽 국가가 미국인데 11개의 금메달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고대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선수 참가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가 국가 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참가했으니 국가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던 듯 합니다.

당시 금이 너무 귀해서였을까요? 우승자에게는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상장과 함께 월계수관이 아닌 올리브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아테네에 관한 신화에서 보았듯 올리브가 아테네의 상징이기 때문에 올리브관을 특별히 씌워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엔 1, 2위에게만 시상했는데 준우승자에게는 동메달과 상장, 그리고 월계관을 주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승자에겐 다양한 부상도 함께 주어졌는데 초콜릿 100그램과 평생 무료 면도권도 있었습니다. 4년뒤의 제2회 올림픽은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자피온 국제 전시장입니다. 노란색 벽과 기둥이 잘 어우러지는 멋진 건축물입니다.






19세기에 지어진 아카데미 건물입니다. 왼쪽에는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 오른쪽에는 올림포스 신 중 최고의 미남인 아폴론 신 조각이 서 있습니다. 나무에 가려져 조금밖에 안보이지만 왼쪽엔 소크라테스, 오른쪽엔 플라톤의 동상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되기 직전 갇혔던 감옥입니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 정확히 이 감옥에 갇혀 있었는지는 확실히 않습니다.

그는 몇차례나 망명의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모두 거부하고 '악법도 법이다'란 유명한 명언을 남기고 독배를 마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테네에서 가장 큰 교회인 미트로폴레오스 대성당입니다. 1800년대 중반 지어진 건축물로 대통령의 선서식 등 국가의 주요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입니다. 공사로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로마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로만 아고라 유적터입니다. 다른 로마의 도시들처럼 이곳에서 시장도 서고, 집회도 하고, 웅변가들의 열렬한 연설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도시든 지하철을 타보는 것은 늘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굉장히 넓었던 신타그마 역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하철 역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게 고대 유물들이었습니다. 정말 3천년 역사도시 답습니다.





실제로 아테네의 땅 속 곳곳에선 고대 유적들이 불쑥불쑥 발견되곤 합니다. 호텔을 짓기 위해 땅을 파보니 고대 유적이 나오거나, 사진처럼 지하철 건설을 위해 팠더니 또 나오는 식입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치하에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아테네를 떠났다가 독립 후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건물을 짓다보니 제대로 발굴할 겨를도 없이 대부분의 고대 그리스 유적이 땅 밑에 묻혀 버렸습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던 플라카 지구입니다.





플라카 지구는 19세기의 아테네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에 지어진 건물들이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복잡하게 엉켜있습니다. 플라카 지구엔 오랜 전통을 가진 레스토랑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역시 축구에 광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그리스를 상대로 우리는 2010년의 남아공 월드컵에서 2:0으로 이긴 즐거운 추억이 있습니다.






플라카 지구는 영화촬영의 단골장소이기도 합니다. 별 유명한 배우가 아닌지 이 촬영을 구경하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플라카 지구엔 러시아 정교회 건물도 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는 그리스 정교회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교리와 종교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신타그마 광장 주변은 현대적인 아테네의 중심부입니다. 많은 쇼핑점과 레스토랑, 여행사, 저렴한 숙소등이 이곳에 몰려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엔 거리공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의 복권인가 봅니다. 그러고보면 전세계 어딜가도 복권없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신타그마 광장 주변의 거리엔 세련된 가게들도 많습니다.






현재 그리스의 국회의사당입니다. 1800년대 중반 도리아식의 대리석 기둥을 세워 고전적인 양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초대 그리스 국왕이었던 오트의 왕궁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 광장은 비둘기의 천국입니다.






국회의사당 벽면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었습니다. 400여년이나 그리스를 지배해온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대한 독립전쟁과 그후 몇차례의 전쟁에서 숨진 무명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매시 정각에 위병 교대식이 벌어지고, 일요일 11시에는 대규모 의식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30분마다 좌우의 위병들이 자리를 교대하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위병 교대식은 전혀 근엄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좀 코믹하기도 합니다. 특히 신발에 달린 털방울을 보면 귀엽단 생각도 듭니다.






걸음걸이도 마치 장난감 병정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아테네 병사들은 정말 용맹무쌍했습니다. 페르시아와의 수차례 전쟁에서 아테네 군인들은 특유의 밀집대형을 내세워 당대 세계 최강이었던 페르시아 군을 물리쳤습니다. 그 승리로 아테네는 그리스 뿐 아니라 사실은 유럽 전체를 지켜낸 셈이었습니다. 

물론 역사에 '만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아테네가 패하고, 페르시아가 승리했더라면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로마의 1천년 영화도 없었을테고, 세계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부질없는 가정은 그만두고 다음엔 세계 최고의 고고학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