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 5. 16. 06:00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게 궁금하지 않은 이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 이를 알아보자는 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위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작업입니다. 마침 우리나라의 제주도도 최종 28개 후보에 포함되어 있어 범정부 차원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7대 자연경관’이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것은 분명 흥미롭지만 선정 방식은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참 많아 보입니다.

이 이벤트의 주관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 원더스’라는 재단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정체가 모호합니다. 이미 이 재단에 대해선 세계 언론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무튼 유네스코 같은 공신력이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선정 방식은 더 이상합니다. 현재 28곳의 최종 후보지를 두고 전화와 문자, 인터넷으로 투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통신수단이 발달한 나라가 유리할 것입니다. 자국의 후보지에 몰표가 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후보지를 보면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푸에르토리코, 아제르바이잔 등 첨단 통신 산업과 인터넷 환경이 뒤떨어진 나라도 꽤 많습니다. 이 나라들은 아무리 자연경관이 아름답다고 해도 이런 투표 방식은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무제한 중복투표까지 허용된다고 하니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상관없는 참여열기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전화투표마다 전화요금의 일정액수가 이 재단의 수익으로 간다하니 결국 중복투표는 장삿속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갑니다. 전화나 문자와 달리 인터넷 투표는 꽤 복잡한 방식으로 되어 있어 수익이 생기는 전화투표로 일부러 유도하고 있다는 저의마저도 느껴집니다.

28개의 최종 후보지 역시 이해 안가는 곳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르단의 사해나 아제르바이잔의 머드볼케이노는 신비한 곳이긴 하지만 ‘세계7대 경관’의 후보가 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고 결코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투표가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지려면 참여자들이 28개의 후보지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을 할 만큼 한 나 역시 생경한 곳이 많은데 세계인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투표할지도 의문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순다르빈스, 아랍에미레이트의 부티나군도, 푸에르토리코의 엘윤코, 폴란드의 마수리안호수를 과연 몇 명이나 가보았을까요?

이러니 세계인의 투표로 7군데가 뽑히고, 한국에서의 몰표로 제주도가 뽑힌들 공신력을 갖게 되기는 태생 자체부터 틀린 일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냥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재미삼아 인기투표를 하는 정도로 충분했을 일입니다. ‘제주도 마케팅’도 좋지만 아무래도 이런 일에 정부까지 나서는 것은 자칫 세계인들의 웃음꺼리가 될까 걱정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