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6. 1. 07:09


모처럼 국내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좀 멀리 가고 싶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좀 멀리 떠나있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단 남도로 내려가서 첫 여행지로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증도로 잡았습니다.  

증도는 오래전 보물을 건져 올렸던 신안 앞바다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휴게소 들르고, 점심먹고 모두 합해서 6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원래 증도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5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접근이 쉽지 않은 섬이었지만 지금은 연륙교 덕에 아주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북무안 IC에서 나와 국도로 찾아 들어가는 데 섬까지의 드라이브 코스 또한 아주 멋졌습니다. 

증도는 대한민국 슬로우 시티 1호입니다. 난 무엇보다 슬로우 시티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에 심신이 지쳐있던 탓입니다. 증도는 정말 슬로우 시티답게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증도는 어딜가나 한가한게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증도에 가면 곳곳에 염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천일염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치는 데 일본 방사능 때문인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없어서 못판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역사 깊은 태평염전을 찾았습니다. 









 





 


호~. 조금 삭막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초입부터 짠물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 식물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 사이의 산책로가 제법 운치 있습니다. 시작부터 증도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사진 취미를 가지면서 난 바람이 찍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늘 그 기분이 안납니다. 언젠가 사진에서 바람소리를 낼 수 있을까...

위쪽의 오랜 목조가옥들은 모두 소금창고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삘기(띠)와 노란 야생화, 그리고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붉은 칠면초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태평염전에선 소금 채취를 경험할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장화와 도구를 빌려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기 직전 며칠간 비가 오는 바람에 염전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어른용의 흰 장화. 심플해서, 그리고 거꾸로 뒤집어 놓아서 오히려 뭔가 이야기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들 장화도 예뻣습니다. 






염전 바닥은 예전에 다른 곳에서 봤을 땐 보통 타일이었는데 요즘엔 고무바닥으로 만든 곳이 많았습니다. 아마 소금을 그러 모으는 데 매끄러워서 더 작업 효율이 높을 듯 싶었습니다. 






공사장 등에선 일하는 사람을 인부라 부르지만 염전에선 염부라고 부른다는 것을 증도 여행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염부들이 물을 대기 위해 한창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염전 사이의 작은 집들은 염도를 높인 바닷물을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비가 섞이면 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지붕을 씌워 놓았습니다. 바닷물이 최종 소금이 되기까지는 약 20-25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태평 염전 근처의 바다.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로의 보호 펜스마다 다양한 색깔을 칠해 놓았는데 바다 색깔과 잘 어울려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증도에는 엘도라도 리조트라는 근사한 숙박단지가 있는 데 언젠가 열흘정도 처박혀 있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근처 바닷가엔 해송들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었고, 이 솔밭사이로 긴 산책로가 나 있었습니다.

산책로 이름이 '망각의 길'이었는데 이 길을 걷다보면 정말 세상 시름 다 잊을 듯 했습니다.






증도에는 어딜가나 짱뚱어와 연관된 곳이 많았습니다. 짱뚱어 탕이 맛있다는 데 시간이 맞지 않아 먹어보진 못했습니다.

사진은 증도의 명물 짱뚱어 다리입니다. 다리 밑으론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면서 온갖 종류의 게와 짱뚱어 천지가 된다고 합니다. 




 


짱뚱어 탕은 못 먹고, 짱뚱어 튀김과 함께 증도에서 빚은 막걸리를 한잔했습니다. 새우와 야채, 쑥 튀김도 함께 나왔습니다. 




 












지자제가 되면서 요즘 어딜가나 이런 시설들이 참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증도의 해수욕장 중 가장 근사한 우전해수욕장입니다. 이 앞바다에서 송원대의 신안해저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치 동남아의 고급 해변리조트 같습니다. 








 


얘는 왜 여기에서 죽어 있을까요? 그리고 D-2는 무슨 의미일까요? 죽은지 이틀됐다는 걸까요?





혹 죽기전 죽을힘을 다해 바로 앞의 바다를 향해 기어가지 않았을까요?








 


내 긴 그림자를 해안에 남기며 증도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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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