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6. 30. 06:04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하염없이 걷고 싶었습니다. 길은 동해 바다를 따라난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난 일상에서 나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옛날 7번 국도위에 홀로 섰습니다. 강릉에서 부산까지 일주일간의 휴가동안 혼자만의 걷기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거리를 따져보니 약 400km였습니다. 우선 하루 30km씩 걷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발 닿는 곳에서 부산까지는 버스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날은 욕심 부려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틀, 삼일 째가 되니 물집 잡힌 발 때문에 걷기도 힘들고 무릎도 아파왔습니다. 그래도 괜한 오기가 발동해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우리나라가 결코 작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히치하이킹을 겸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기사 아저씨 덕분에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하고,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태워 주시기도 했습니다.

까마득히 먼 부산을 향해 걸으며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덕분에 우리나라의 자연을 볼 수 있어서 눈은 참 즐거웠습니다. 걷기 좋은 코스로 알려진 강원도의 헌화길이나 해운대의 달맞이 길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용화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항을 지나 찾은 경주에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경주는 수학여행 때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땐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겨우 반나절 동안 그 많은 문화재를 다 보는 일정이었으니 우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천마총에서부터 시작해 첨성대, 그리고 밤에 본 안압지 야경, 다음날 아침의 석굴암까지 이번 여행 중 가장 신나는 곳이 경주였습니다. 

소망 우체통이 있는 울산의 간절곶을 지나 마침내 부산 해운대에 다다랐습니다.

걷다보니 우리나라와 외국의 닮은 꼴 여행지도 많았습니다. 헌화길을 걷다보면 해변 옆으로 큰 바위와 절벽이 나오는데 그 모습은 요르단의 페트라 같았고, 간절곶은 포르투갈의 카보다로카, 부산 해운대는 호주의 골드코스트, 그리고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멀리 바라본 집들은 시리아의 마룰라에서 본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냥 걷는 여행이라 짐을 줄이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를 가져 갔더니 화질이 좋진 않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독자분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사진과 함께 앞으로 몇차례에 걸쳐 여행기를 연재할까 합니다.                                                                                                    [최순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