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메테오라 같은 곳은 메테오라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독특하다는 얘기입니다. 절대로 비슷한 곳도 없습니다.
 
해발 2천m 이상 급의 봉우리가 이어진 핀도스 산맥은 테살리아 평원을 만나면서 끝납니다. 그 즈음에 갑자기 기암들이 뾰족뾰족 솟아 있습니다. 낮은 것은 20-30m. 높은 것은 400m나 됩니다. 평원에 갑자기 솟아 있기 때문에 실제보다도 훨씬 더 높아 보입니다. 

메테오라에선 이 기이한 바위 봉우리마다 수도원이 마치 새둥지를 틀 듯 하나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저 꼭대기까지 건축 자재를 올려 거대한 수도원을 지었을까요? 무슨 이유로 평지를 놔두고 저 험난한 곳을 골라 수도원을 지어야 했을까요?

처음 메테오라를 보았을 땐 이 신기한 광경에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그 후 몇차례 더 메테오라를 가봤지만 그 놀라움과 신비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유네스코 역시 이곳의 가치를 인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메테오라의 거점 도시는 칼람바카입니다. 인구 1만2천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데 많은 레스토랑과 호텔들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는 메테오라의 기암들과 칼람바카의 빨간 지붕의 집들이 참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아기오 니콜라오스 수도원입니다. 칼람바카에서 메테오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수도원입니다. 가늘고 좁은 바위위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붙어 있어 입구부터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 있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입니다. 아기오 니콜라오스 수도원을 보면 이 뜻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바위 꼭대기에 또 다른 사원이 올라 앉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메가로 메테오른 수도원입니다.

메테오라의 역사는 1356년 성 아사나티오스가 이 지역 최초의 수도원 메가로 메테오른을 건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4세기엔 세르비아인들의 잇따른 침입으로 수행자들이 그리스 북쪽을 떠나 보다 안전한 남쪽으로 내려오다 메테오라 지역으로 집중적으로 이주하였다고 합니다.

14세기의 세르비아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던 시기라 이 영향이 그리스에 까지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메가로 메테오른 수도원의 위용입니다. 높이 534m의 널찍한 바위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가장 큰 수도원인지라 메테오라의 전체 행정까지 맡고 있는 중심 수도원입니다. 

















메테오라의 최고 전성기는 15-6세기입니다. 이 때 24개의 수도원이 밀집해 있었다고 하니 웬만한 암봉 꼭대기에는 모두 사원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는 6개의 수도원만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낮에 메테오라의 수도원에서 수도사를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도사들은 예전과 똑같은 매우 엄격한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 수도사들은 매일 6시간 정도의 규칙적인 노동을 해야 합니다. 웬만한 것은 자급자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생 신에게 영광을 돌리다 생을 마감한 수도사들의 유골입니다. 좀 섬짓해 보이기도 하지만 메테오라에선 묻을 땅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방안이었을 것입니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수도원으로 오르는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계단도 사다리도 없었습니다. 생활물자를 운반하는 유일한 수단은 도르래뿐이었습니다. 어쩌다 사람이 오갈때도 도르래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수도원에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1925년부터 바위를 깎아 길을 내지 않았다면 메테오라는 아예 접근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속세와는 완전히 단절된 곳이 메테오라였습니다. 



   








메가로 메테오른 수도원에서 바라 본 전망은 정말 일품입니다. 바로 아래로는 칼람바카 시내가 보입니다.







바람 수도원입니다. 정말 벼랑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습니다. 14세기 은둔자 바람이 세웠습니다. 세상 모두 등지고 이런 수도원에 들어가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요?












바람 수도원에서의 전망도 역시 훌륭합니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루사노 수도원입니다. 메테오라를 소개하는 잡지나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수도원으로 여자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수녀원입니다. 












교회사는 너무나 복잡합니다. 한 종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파를 정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 것은 전부 생략하고.. 그리스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는 어떻게 다를까요?







우선 가톨릭은 두개로 나눠집니다. 바로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입니다. 가톨릭은 우리가 잘 아는 로마 교회이고, 동방정교회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동유럽과 러시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니 러시아 정교와 그리스 정교는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의 가장 큰 차이는 성상에 관한 입장차입니다. 그리스 정교회에선 신의 형상을 내세우는 것을 우상숭배 내지 신성모독으로 보고 이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교황 역시 두지 않습니다. 신외에 인간의 큰 권력을 만들지 않고자 함입니다. 대신 그리스 정교회에서 중요한 문제는 교황대신 '세계공의회'라는 공동체에서 집단으로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합니다.

바로 이런 점의 차이가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분리를 가져왔습니다.

성상과 교황의 문제에 대해선 그리스 정교회와 개신교는 입장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개신교는 대체적으로 로마 가톨릭보단 동방정교회와 잘 지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리스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를 통해 기도한다는 점에서 개신교와는 또 차이가 있습니다. 개신교에선 이를 동방의 여신 숭배에서 나온 신앙이라 보고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기아 트리아다 수도원입니다. 수직의 벽면에 정말 새둥지가 하나 얹혀져 있는 모양입니다. 높이 565m의 암봉위에 자리한 아기아 트리아다 수도원은 메테오라를 소개하는 사진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칼람바카에서 이곳까지 등반해서 올라오는 트레킹 코스도 있습니다. 







칼람바카 시내에서 정면으로 올려 보이는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녀원입니다. 수녀원답게 가장 깨끗하고 가장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녀원에선 칼람바카 시내 뿐 아니라 테살리아 평원까지 속 시원한 전망이 펼쳐집니다.












메테오라 한가운데엔 이 일대의 수도원이 모두 눈에 잡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산이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루사노 수도원이, 멀리로는 메테오라 초입의 아기오 니콜라오스 수도원이 보입니다.







오른쪽 꼭대기로는 메가로 메테오른 수도원과 바람 수도원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럼 왜 이렇듯 힘들게 암봉 꼭대기에 수도원을 건설한 것일까요? 그 이유로는 대략 세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 세속과 단절된 수도원으론 이만한 입지가 없었을 것이다.
둘째, 점점 타락해가던 종교세력과 확연히 구분짓기 위해 더 철저하게 수도를 하겠다는 뜻으로 암봉을 택했을 것이다.
셋째, 당시 그리스를 장악한 오스만투르크 제국으로 인해 그리스 정교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고,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손이 닿지 않는 곳에 일부러 수도원을 지었을 것이다.

셋째가 가장 유력한 설이지만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메테오라의 풍경은 신비함, 그 자체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