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는 참 산도 많습니다.

비코스 협곡이 있는 핀도스 산맥 부근은 말할 것도 없고, 메테오라에서 델포이로 오는 중부 지방 역시 마치 한계령을 넘듯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야 합니다. 이런 길을 차로 달리다보면 왜 그리스가 폴리스라는 형태로 도시국가가 발달하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메테오라에서 거의 반나절을 달리니 파르나소스 산기슭에 포근히 자리한 델포이 시내가 보였습니다. 아테네에선 북서쪽으로 17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스에 있는 수많은 신전 중 단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델포이 입니다. 바로 신의 계시가 내려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델포이는 고대 그리스의 종교 중심지였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는 박물관 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로마시대 까지 델포이에서 출토된 모든 유물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데 아테네의 국립고고학박물관 못지 않게 중요한 전시물이 많습니다.







델포이가 유명한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에서도 대사를 결정하기 전에 이곳에 와서 신의 뜻을 물었다는 것입니다. 전성기는 기원전 4세기경입니다. 그리스 국내는 물론 흑해 연안과 에스파니아 방면의 식민지에서도 델포이를 찾았습니다. 

당연히 수많은 봉납물과 축원료가 함께 바쳐졌습니다. 부유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델포이 모습을 복원한 상상도입니다. 델포이는 미케네도, 코린트도 아닙니다. 하나의 신전일 뿐인데도 거의  도시 규모에 버금갈 정도이니 당대의 명성과 부유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델포이 신탁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은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폐지된 후  급격히 세상 사람들로 멀어졌다가 1829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되기 시작했습니다.







델포이 박물관엔 각 지역에서 신탁을 받으러 오면서 바친 봉물로 가득합니다. 에게해의 낙소스 섬에서 바친 스핑크스 상입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한 도시였던 아르고스에서 바친 쿠로스 상입니다. 쿠로스는 청년나체입상을 말합니다.







신탁을 받는 무녀를 피티아라고 합니다. 당연히 높은 지위와 부를 누렸습니다.







피티아들이 걸쳤을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장신구들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델포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은 바로 이 돌입니다. 옴파로스(대지의 배꼽)라 불립니다.

델포이는 그리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신중의 신인 제우스가 독수리 두 마리를 시켜 세계의 중심으로 가라 명했더니 바로 이 곳, 델포이로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델포이 박물관에서 가장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청동관리상'입니다. 기원전 478년 작으로 추정되며, 시칠리아에서 봉납했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신전터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델포이에는 몇개의 보물창고가 있습니다. 사진은 아테네가 마라톤 전쟁에서 페르시아에게 승리한 후 이에 감사하며 아폴론 신에게 바친 보물을 모아둔  창고입니다.






 

봄에는 만발한 야생화가 폐허가 된 유적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신전 올라가는 길에는 제법 넓은 참배로가 있고, 각 도시국가들이 신탁의 대가로 헌상한 봉납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지구의 중심을 표현한 옴파로스 입니다.







드디어 신탁의 장소 아폴론 신전입니다.

아폴론은 어느날 델포이에 들러 이 지역을 지배하던 커다란 뱀 피톤을 화살로 죽여 버립니다. 그리고 피톤을 대신해 무녀 피티아의 몸을 빌려 신탁을 행하게 됩니다. 그 후 아폴론에 의한 신탁은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델포이가 폐쇄되는 381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아폴론 신전은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졌습니다. 길이가 60m, 폭이 23m에 38개의 도리아식 기둥이 건물을 떠받친 웅장한 신전이었습니다. 신전 안에는 거대한 아폴론 신상과 옴파로스 돌이 있고, 바로 그 곳에서 무녀인 피티아에게 신탁이 전해졌습니다. 







신탁은 몽롱한 환각상태에 빠진 무녀를 통해 말이나, 노래, 행동으로 나왔고, 이를 번역해서 신탁의뢰인에게 최종 전달하는 해석자가 있었습니다.

대개는 시구 형태로 정리되어 전달되었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신탁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환각 상태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지만 사실은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온 메탄 가스에 중독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폴론 신전터의 기둥은 마치 맷돌처럼 둥근 돌을 층층히 쌓아 올려 만든 점이 매우 독특해 보였습니다.







역시 기원전 4세기 경에 만들어진 극장입니다.







지금도 여름마다 이곳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델포이 신전에서 나와 500m 정도 길을 따라 가면...







톨로스 신전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신전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다.












톨로스는 원형신전이란 뜻입니다. 사실 그리스의 대부분의 신전은 장방형 형태입니다. 원형은 굉장히 드뭅니다.







그래서 이곳은 아폴론 신 이전에 델포이에서 모시던 가이아 신전터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톨로스 신전은 그리스 관련 책자에 빠짐없이 사진으로 소개될 만큼 무척 아름답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