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7. 4. 06:00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힘들 때마다 늘 누군가 나타나 도움을 주곤 했습니다. 새벽 5시부터 7시간 이상 걸은데다 점심까지 배불리 먹고나니 이제 걸음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세주가 또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의 도우미는 서울에서부터 혼자 오토바이 여행을 온 한 아저씨였습니다. 
"뒤에서 보니 걷는 게 몹시 힘들어보이는 데 괜찮다면 삼척가는 데 태워줄까?"
건축업을 하신다는 50대초반의 아저씨는 삼척까지 갔다가 주문진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습니다. 아저씨의 친절한 제안은 너무나 달콤해서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뒤에 타고 우선 동해시로 쌩쌩 달리는 데 꽤 먼거리였습니다. 조금 가면 나오겠지.. 하는데도 오토바이는 한참을 달렸습니다. '이걸 다 걸었으면 좀 힘들었겠는데..'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이 내 무거운 다리에 날개를 달아준 오토바이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쌩쌩 달리니 신이 났습니다. 다음 여행은 스쿠터를 타고 남해를 둘러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났습니다.












오토바이 아저씨의 권유로 동해시의 천곡 천연동굴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동굴하면 산이나 바다로 가야할텐데 시내로 자꾸 들어가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혹시 나쁜 마음을 가지신건 아닌가..  

하지만 시내가 맞았습니다. 천곡 천연동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가지 중심부에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동해시청 근처이니 아주 번화가 한복판입니다.

암튼 안내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천곡 천연동굴은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있었습니다. 그냥 박물관 같이 생긴 평범한 네모난 건물 지하에 천연 동굴이 있을 거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암튼 1층에서 2,000원을 주고 입장권을 사서 안전모를 쓰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안은 무척 시원했습니다. 어두컴컴하였지만 희귀석에 빛이 비춰져 기괴한 모양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종유석, 석순, 석주 등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해내며 둘러보았습니다. 조심하는 데도 머리가 천장에 자꾸 부딪혔습니다. 안전모는 괜히 쓰는게 아니었습니다.

짐을 줄이느라 똑딱이 카메라로 여행 내내 찍었더니 특히 어두운 동굴은 제대로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굴을 나와 동해의 시작점에서 끝점에 있는 추암 해변까지 또 쌩쌩 달렸습니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망상 해수욕장의 화장실에서 추암촛대바위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어 찾아왔는 데 유명세에 걸맞게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었습니다.







촛대바위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바위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추암촛대바위를 보고 내려와 만난 애들입니다. 오리 인가요? 누가 키우는 걸까요? 주위에 오리 같이 생긴 애들이 많았습니다.







물이 무척 맑아서 물고기들도 모두 보입니다. 







오토바이 아저씨께서 좋은 곳을 소개시켜 준다고 하여 가본 곳입니다. 삼척의 '소망의 탑' 이었습니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삼척시에서 건립했다고 합니다. 







'별거 없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돌에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소망의 탑이라는 이름에 맞게 사람들의 소망이 돌에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네?' 라는 글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주세요, 네?







소망의 탑에서 바라본 전경 또한 멋졌습니다.












이제 오토바이 아저씨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삼척항 오징어가 맛있다는 정보를 일러주시고는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항구에 내려주고 떠나셨습니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삼척항에선 멍게, 복어, 오징어, 문어 등 싱싱한 해산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 오면 뭐든 꼭 먹어봐야 합니다. 수산시장 아주머니께서 여기 오징어는 서울오징어보다 작아 혼자 먹기엔 두마리가 적당하다 하여 그리 주문하고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하나는 삶아져 나오고 또 하나는 생 오징어로 얇게 채 썰어 나왔습니다.

맛은 정말이지 끝내줬습니다. 채 썰어진 오징어 회에 초고추장을 비벼 먹었습니다. 그 싱싱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삶은 오징어 또한 맛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오징어 속안에 있는 것을 모두 빼고 삶아 나오던데 여긴 통째로 나옵니다.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피부에 좋은 먹물과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합니다. 맛은 확실히 더 좋았습니다. 때마침 이 동네에 사는 여자 꼬맹이가 지나갔는데 아주머니도 그렇고 애기도 그렇고 정말 피부가 좋아보였습니다.







오징어를 먹으며 항구의 노을 지는 멋진 경관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제 하루 여행을 마감할 시간입니다. 벌써 오후 8시가 다 되어 갑니다. 삼척온천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매일같이 찜질방에서 어떻게 자느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피로 풀기에는 찜질방만한 곳도 없습니다. 

따뜻한 욕탕에 들어가 오늘을 되돌아보니 강릉에서 삼척까지 긴 하루였습니다. 주민들께 도움도 많이 받고 구경도 하고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최순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