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7. 5. 06:00

오늘은 몸 상태가 어제 같지 않습니다. 욕탕에서 피로도 풀었지만 갑자기 많이 걸어서 그런가 발에 물집도 잡히고 내 다리가 내 몸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5시에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예정은 울진까지 가는 것입니다. 울진에서 투숙할 찜질방을 미리 알아봐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진 약 62km 입니다. 성인이 보통 하루에 걸을 수 있는 30km 거리의 두배도 넘으니 그냥 걷고 걷다가 저녁이 되면 울진까진 버스타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얼마 안 걸으니 삼척교입니다.







삼척교를 건너면서 예쁜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제 뒤에 걸어오시던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여자인 제가 혼자 걷는게 불안하셨는지 밤에도 아침에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처음 뵈었지만 따뜻한 정이 많으신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시장에 간다고 하셨습니다. 이른 새벽인데 시장 문이 벌써 열려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삼척교를 지나는 데 오른쪽 옆길로 분주히 장사를 준비하시는 시장 상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구경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가야할 길은 반대쪽이기에 발을 돌렸습니다. 삼척교를 나와 바로 왼쪽에는 시멘트 공장이 있었습니다. 

걷고 걷고 계속 걸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옆으로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가 계속 되었습니다.








계속 가다보니 터널이 나왔습니다. 터널에 다가가니 차 다니는 소리가 100배는 더 크게 들렸습니다. 어두컴컴하니 무서워서 터널을 통과해 가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TV에서 터널 청소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먼지와 매연 때문에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우선 수건을 꺼내 눈만 보이게 코와 입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들어갔습니다.

오는 길, 가는 길로 해서 2개의 터널이 있었는데 어느 쪽이든 차 한대만 지나가면 그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러웠습니다. 얼굴을 막았던 수건을 뒤로 묶고 손으로 귀를 막고 지나갔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아픈것도 문제지만 그 보단 그 소리가 꼭 차에 치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1km도 안되었던 구간이었는데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집 잡힌 발의 통증도 잊은채 무조건 빠르게 걸었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드디어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무서움이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소풍갈 때 버스타고 터널을 지나게 되면 버스 안은 어두워지고 친구의 이빨은 보라색으로 보이고 해서 버스타고 터널 지나는 것이 참 재미있었는데 혼자 걸어서 그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더 이상 터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기분이야 어떠하든 해는 예쁘게 떠 오르고 있었습니다.







무섭게 차가 달리는 국도가 싫어졌습니다. 아마 터널의 충격이 컸나봅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외길을 찾아 해변을 따라 이어진 길을 찾았습니다. 맹방 해변으로 기억합니다.







똑같은 길과 해변이 계속 이어집니다. 해변은 아름다웠지만 계속 같은 풍경만 나오니 심심해졌습니다. 







해변을 벗어나 어느 마을로 들어가게 되는 길입니다. 와~ 물에 비친 산과 함께 푸른 잔디가 펼쳐져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푸른색을 봐야 합니다~.







원래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타고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일부러 무서운 도로를 피해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도로 위에서 긴장하고 가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마음을 편하게 둘 수 있는 길로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몰골이 점점....












길은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다가 소들도 만나고 아담한 초등학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웰컴투동막골 영화와 연관이 있는 학교일까요?  그건 아니겠지요. 동막은 여기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니... 때묻지 않은 어른들과 순수한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방학인가.. 학교는 텅비어 있었습니다. 







용화해변으로 가는 길은 언덕과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며 꼬불꼬불 이어졌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땡볕에 걸어서 눈이 핑글핑글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멀리 정자가 보였습니다. 한발 떼기도 힘들었지만 오로지 정자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 정자를 만들어 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집 만큼 좋은 곳이었습니다. 용화해변까지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중간에 편히 쉴 수 있는 정자 때문에 이 길이 베스트 길이 되었습니다.

우선 다리를 기둥에 올리고 쉬었습니다.







그러다 스르륵 잠들었습니다. 깨고 보니 정자에서 한시간이나 잠을 잤습니다. 정말 내집처럼 편안했던 모양입니다. 정자에서 다시 용화 해변을 내려다 보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용화 해변을 눈에 담아 두고서 해변가로 가는 내리막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한시간이나 잠을 자며 쉬었는데도 몇분 걷지 않아 또 다리가 아파옵니다. 

용화해변에 도착하여 버스를 탈까.. 갈등하다가 마음을 다지고 장호해변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햇볕은 오후가 되면서 점점 더 강렬해져 갔고, 그 땡볕속에서 높다란 고개 하나를 넘으니 완전히 KO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겨우 20km 밖에 걷지 못했는데...

결국 달콤한 버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울진에 도착하니 4시쯤 되었습니다. 울진을 좀 돌아다녀볼까 했는데 다리가 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냥 버스터미널 근처의 찜질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욕탕엔 사람이 많았는데 찜질방엔 나 혼자 뿐입니다. 좀 불안해서 1층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주무시는 방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최순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