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7. 6. 06:00

용화해변까지는 강원도였고 오늘은 경상북도 울진부터 도보여행이 시작됩니다.

어제 일찍 찜질방에 들어가 쉬었더니 피로가 많이 풀린 듯 합니다. 오늘도 역시 새벽 5시에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도로에는 ‘300만 도민이 하나로‘라는 제목으로 경북도민체육대회를 알리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체육대회는 이틀 전인 6월 13일까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오늘 걷게 될 울진 해안도로에서 마라톤이 있었다고 하는데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이곳 지역 사람들과 함께 뛰고 걸으면서 재미난 도보길이 되었을텐데.. 무척 아쉬웠습니다.





깃발이 보이시나요? 체육대회를 알리는 깃발입니다. 도로 양 옆으로 나무와 함께 노란색 꽃이 만발하여 걷기에 참 좋았습니다.







저는 해맞이 공원보다 망양정에 가고 싶어 반대편에 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가다보니 해맞이 공원이 망양정과 이어져있어 다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해안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데 길가의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지름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지름길로 망양정을 가다가 돌장승을 만났습니다. 







반달 눈에 넓적한 코, 가지런한 치아가 딱 한국인입니다. 넓적한 코에 일자로 나열된 치아가 저와 닮은것 같습니다.







사람이 모여있는 줄 알고 망양정에 다왔구나 생각했는데 조각상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올라가라는 망양정 안내판이 또 있었습니다. 







드디어 망양정에 올랐습니다. 동해안의 8대 명승지라 합니다. 정자에 올라 좀 쉬었다 가려 합니다. 







아래로는 시원한 동해바다입니다. 망양정의 절경을 읊은 숙종과 정조, 정철의 시와 글은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저도 쉬면서 저만의 시를 지어보려 했으나 도통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시인의 자질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냥 참 넓고 고요하다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망양정에서 해맞이 공원을 내려와 울진 해안도로에 도착했습니다. 엊그제 경북도민들이 여기를 열심히 뛰었겠죠? 저도 작년에 파주에서 열린 평화통일마라톤에 참가했었는데 결승지점에 빨리 들어가려고 막판에 숨을 헐떡거리며 뛰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숨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래 봬도 파주 마라톤대회 6km 코스에서 여자부 1등을 했답니다. 
메달도 타고 20만원어치 상품권도 받고~ TV 방송과 인터뷰도 한 몸이랍니다^^







울진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기와집의 지붕은 왜 파란색 아니면 주황색일까요? 주황색 보다는 파란색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다가 유일하게 남색 지붕의 기와집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도로를 걸으면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버스 정류장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바위 꼭대기의 소나무는 어떻게 자라는 것일까요?







참 궁금한게 많았습니다. 뭐든지 다 알 것 같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바위 위에 나무가 자라는 것도, 기와집 지붕이 주황색  파란색으로만 된 것도... 걷다보니 이 모든게 궁금해졌습니다. 

이번에 스페인 포르투갈로 출장가서 알게된 건축가 가우디가 떠올랐습니다. 몬세라트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던 가우디, 자연속에서 줄곧 많은 영감을 얻었다던데 꼭 그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게는 영덕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울진에선 길거리에서 대게를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울진 해안도로를 다 걷고 이제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나가야합니다. 빨리 달리는 차를 보니 어제의 무서운 터널이 떠올라 걷기 좋은 길만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는 과일 파는 아저씨한테 오렌지와 바나나를 사서 점심을 해결하고 휴게소에 서계신 트럭 운전수 아저씨께 버스 정류장을 혹 알고 계신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부산 해운대까지 가는 길인데 가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 세워주시겠다고 합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어디서부터 다시 길을 걸을까 빠르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경주에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큰 트럭은 처음 타봅니다. 도로를 걸을 때 제일 무서운 게 이런 큰 트럭(화물차라고 해야 하나요?)인데 이걸 타고 가게 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던 화물차에 막상 올라타려니 바퀴 크기부터 엄청납니다. 승용차나 오토바이하고는 정말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트럭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 아픈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려니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트럭을 타고 도로를 달리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눈높이가 높으니 안 보이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달리다가 아저씨는 도로가 살짝 밑으로 꺼진 길을 가르키시며 트럭처럼 무거운 차가 많이 달리게 되면 저렇게 길이 무게를 못이겨 조금씩 내려 앉게 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얼마쯤 달리다가 점심 먹고 가야 한다면서 아저씨가 트럭을 세우셨습니다. 서고 보니 도로 가운데 휑하니 있는 짜장면 집 앞입니다. 아저씨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맛좋은 짜장면 집이랍니다. 그런데 면을 무엇으로 뽑았는지 초록색깔 면발의 짜장면이었고, 진짜 맛있었습니다.

아저시는 나 같은 딸이 있다면서 짜장면 값까지 계산해 주셨습니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사드리려 했더니 그것마저 얼른 계산해 버리셨습니다. 

여행사에 근무한다고 하니 아저씨는 여행담을 풀어 놓으셨습니다. 계를 들어 중국을 몇번 다녀왔는데 지리산을 중국에 옮겨 놓으면 동산밖에 안되겠다는 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주까지는 꽤 먼 거리였는데 금방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내년이면 은퇴하신다는데 내내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드리고 트럭에서 내렸습니다. 







경주입니다. 원래 문화유산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루한 분야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변한 걸까요? 문화재라곤 수학 여행때 경주에서 보았던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이 다인데 다시 그 경주에 도착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해졌습니다. 테마세이투어에서 근무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분야가 변해가나 봅니다.







이렇게 봐야할 곳이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수학여행 때 가봤던 경주를 다시 가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경주에 오긴 했지만 볼게 너무 많았습니다. 안내판을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대릉원 입구입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천마총 내부로 들어가 금관과 금제허리띠 등 국보급 유물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천마총을 보고 대릉원에서 나와 한블럭 넘어가니 첨성대가 있었습니다. 












노을 지어 하늘이 분홍색, 보라색으로 바뀌어갑니다. 첨성대를 뒤로 하고 안압지로 향하는 길은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야경이 멋진 안압지입니다. 문무왕 때 나라의 경사를 맞아 축하연을 거행했던 동궁이라고 하는데.. 수학여행 때도 다녀왔었나? 이렇게 멋진 곳을 와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디서 보든 너무나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동궁 뒤쪽으로 돌아 산책코스를 걸었습니다. 조명에 비추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인공 연못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압지 야경을 보느라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지도 상으로는 첨성대 찜질방이 인근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 데 걸어가려니 너무 어두워 택시를 탔습니다. 기본료만 나올줄 알았던 택시는 꽤 먼 찜질방에 내려주었습니다. 찜질방비 9,000원보다 택시비가 훨씬 많은 15,000원이 나왔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었습니다. 

돈이야 어찌되든 내일 아침 일찍 불국사와 석굴암만 보고 울산으로 바로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벌써부터 아쉬웠습니다.  

                                                                                                                          [최순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