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1. 7. 8. 06:00

전날 경주 가는 길에 울산 사는 친구와 연락이 닿아 만날 약속이 갑작스레 잡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기쁘기도 했지만 대신 경주를 맘껏 둘러볼 수 없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토함산에 자리한 석굴암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반쯤 찜질방을 나와 석굴암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일출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날은 좀 더 일찍 서둘렀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불국사까지 가는데만도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석굴암 가는 길을 물어야 하는 데 거리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이쪽을 향해 오토바이 한대가 오고 있었습니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니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세우셨습니다. 석굴암의 방향을 묻자  마침 그곳으로 청소하러 간다며 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석굴암 매표소에 도착하니 6시쯤 되었습니다. 석굴암 입장 시간은 6시 30분부터라고 하니 기다려야 합니다. 해는 언제 뜬거지..? 아쉽게도 주위는 어느새 밝아져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때 봤던 석굴암은 아주 컷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석굴암은 기억보다 작았습니다. 몇달전 미얀마에서 크고 화려한 금불상을 보고 와서 더 작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석굴암은 내부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입구에 있는 건물만 찍고 내려왔습니다. 석굴암의 불상은 이 건물 안쪽에 있습니다.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따라 가다가 다람쥐를 만났습니다. 참 귀엽습니다.







나무들이 줄지어 머리 숙여 나에게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주고, 푸르름으로 내 눈을 쉬게 해주니 오히려 내가 머리 숙여 고맙다고 전해야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불국사까지 내려왔지만 이젠 울산 친구와의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울산행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경주 보문단지, 최부자집도 가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습니다.







물빛이 맑기로 유명한 울산 진하해수욕장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의 고민도 듣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준 것 같아 기뻤습니다.







동해안에서 해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다는 울산의 간절곶입니다. 간절곶에 오니 지난 5월에 가본 포르투갈의 카보다로카가 떠올랐습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 초록빛 잔디가 많이 닮았습니다.







카보다로카에는 빨간 등대가,  간절곶에는 하얀 등대가 있습니다. 




 



5m나 되는 거대한 소망 우체통입니다. 
 
친구말이 소망 우체통 안으로 들어가면 무료 엽서가 있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가족에게 엽서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사진에선 안 보이지만 우체통 뒤쪽에 우체통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안에는 엽서 쓰는 테이블이 있고, 그 테이블 위에 엽서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다 떨어졌는지 텅비어 있었습니다. 

간절곶에서 울산 해안도로를 따라 좀 더 걷다가 비빔밥과 국수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음.. 혼자보단 함께 먹고,  함께 걷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친구와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지고, 혼자 다시 걷기를 시작해 부산 시작점의 안내판을 지났습니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부산에 들어선 것입니다. 

해안길이 아닌 마을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길천리, 문동리, 신평리를 거쳐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가 동백리에서 멈췄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왔습니다. 결국 오후 4시쯤 되어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저녁 식사보단 과일이나 음료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수박 반통을 쫙 뽀개서 숟가락으로 마구마구 퍼먹고 싶었습니다. 우리도 동남아 처럼 과일을 조각으로 팔면 안될까요? 한통을 다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이 과일가게 옆의 생과일 주스 집에서 키위 주스를 마시고 송정에 있는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걷는 여행도 이제 마지막 날입니다.
송정 해수욕장에서 해운대까지는 1-2시간이면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기에 이날은 찜질방에서 느즈막히 나왔습니다. 

아침 8시쯤 나와 달맞이길을 한참 걷다보니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타났습니다. 호주의 최대 휴양도시 골드코스트와 비슷하다고 많이 듣곤 했는데 정말 닮은 것 같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빠지는 지름길로 가다가 만난 기찻길입니다. 




 



드디어 도보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꺄~ 해운대다!!' 라고 달려가며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걷는 중간중간 버스도 타고, 트럭도 타고, 오토바이도 타고 했지만 암튼 무사히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드디어 해냈다'라는 뿌듯함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남쪽 끝에 있는 동백공원에 들러 세계 정상들이 모여 APEC 회의를 한 누리마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하우스를 둘러보았습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소풍을 왔나봅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지나갔습니다.

이제 정말 도보여행이 끝났습니다. 성취감과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얼른 남포역에 가서 무거운 배낭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홀가분하게 부산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낭이 없으니 그렇게 몸이 가벼울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자갈치 시장에 들러 각종 생선들을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저 멀리 산 아래 집들이 보였는데 다닥다닥 붙은 것이 시리아의 마룰라 마을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자갈치 시장 건너편에 있는 국제시장과 용두산 공원을 보고 저녁시간이 되어 호주 배낭여행 때 사귀었던 부산 친구들을 만나러 광안리로 갔습니다.







해가 지기 전의 광안대교입니다.









 





 



푸짐하게 회를 얻어먹고 까만 밤하늘에 아름답게 불이 들어온 광안대교와 건물들을 바라봤습니다. 해변에 앉아 친구들과 함께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습니다. 호주에서 만나 함께 지냈던 추억들과 지금 살아가는 얘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 얘기꽃을 피우다보니 광안리의 밤은 자꾸만 깊어져갔고, 결국 친구들 모두 찜질방에서 함께 자게 되었습니다. 

지난 5일 동안 묵었던 찜질방 중에선 광안리 찜질방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찜질방이 넓기도 했지만 창문 밖으로 광안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엔 물회를 먹고 친구가 자주 간다는 이기대 공원에 들렀습니다.
이번 총 여행의 정말 마지막 여행지였습니다. 

친구들과도 모두 헤어지고 이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강릉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이어진 여정을 다시 되새겨 봤습니다. 문득 ‘세상살이가 재미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이번 도보여행은 다행스럽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가 되어 끝이 났습니다. 재미있게 살 명쾌한 해답을 찾은건 아닙니다. 하지만 걸으면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지금까지의 삶을 나누면서 응어리가 많이 풀어진듯 합니다.

‘세상 사는게 재미 없다’라고 하니 '원래 사는게 다 그런거야' 라고 친구는 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원래 그래'라는 말이 제일 싫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 삶에 늘 멋진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굳히며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최순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