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2012. 3. 2. 06:00

통영.
대학 답사 때 가보고 처음이니 대체 얼마만인가..
아니, 그때는 충무였으니 사실상 통영은 처음인 셈이다.





암튼 통영에 왔으니 동피랑은 가봐야했다.

근방에 이르니 바로 오르막이다.
시작부터 웬 오르막했는데 생각해보니 달동네니까 당연했다.





입구에 바로 천사의 날개가 있었다.

근데 사진찍기 위한 줄이 장난이 아니다.
아래 왼쪽으로 사진으론 안 보이지만 무척 긴줄이 서 있다.





달동네 벽화의 원조답게 제법 그림들이 많다.

그리고 가끔 새로 덧칠하는지 모르겠지만
혜화동의 이화마을과 달리 색이 아직 선명하다.





그림반, 낙서반도 있고..






어린왕자에 나오는 모자속의 코끼리 그림도 있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장난이 아니다.
사람에 치여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이렇게 와글와글...

내가 동피랑 주민이라면 시끄러워서 못살 것 같다.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처음엔 이 한적한 동네에 객지 사람들이 몰려드니
주민들에게도 제법 활기찬 분위기가 나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구한 날 몰려드는 낯선 이들에게

내가 동피랑 주민이라면 나의 궁핍한 살림살이를 보여주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동네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와봤자
경제적인 이득도 전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달동네가 그렇듯

동피랑도 전망은 좋았다.

이곳의 부두 전경을 보다보니 혜화동의 이화마을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못하도록
천사의 날개 벽화를 지워버린 생각이 났다.
그냥 신기한 구경거리를 찾아나선
나같은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삶의 불편함이 그곳에 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곳을 찾은 나 역시
소음과 번잡함을 보탠 꼴 밖에 안된다 생각하니
서둘러 내려가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찾은 통영은 내 기억속의 충무와는 달리

너무나 크고, 너무나 복잡했다.
하지만 이 부두만큼은 내가 알고 있는 충무의 모습과 비슷해
작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두로 내려와
낡은 배들과 동피랑을 올려다보니
마음이 심난해져서인지
뿌연 하늘이 더 우중충하게 생각되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