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 국경 가는 길은 목가적이면서도 무척 낭만적이었습니다. 때론 쭉쭉 뻗은 호두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뤄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는 길이 한참이나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때론 양이나 염소들이 길을 막고 이동중이어서 얘네들이 길을 비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국경 넘어 그루지야 역시 불과 3년전에 러시아와 대판 전쟁을 벌였던 나라답지 않게 무척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평온한 길을 달리다 가바자라는 마을의 한 농가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습니다.  







이곳에서도 큰 화덕으로 넓적한 빵을 구워냈습니다. 일행들도 주인 아주머니를 도와 직접 빵을 구워보는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루지야의 식탁은 풍성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결코 와인이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루지야는 전세계 와인의 발상지입니다.

와인은 기원전 4천년경 그루지야에서 맨처음 담가졌습니다. Wine의 어원도 그루지야어인 Gvino에서 나왔습니다. Gvino의 vino가 Wine으로 바뀐 것입니다.

또 그루지야엔 아주 독특한 음주문화가 있습니다. 타마다(Tamada)라는 것입니다.
타마다는 술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서로에 대한 덕담, 사회의 안녕 등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엄격한 주법이 있습니다. 우선 집주인이 손님의 대표와 '타마다'를 외치며 연거푸 5잔의 술을 마십니다. 주로 염소뿔잔을 사용하는 데 이때는 한방울도 남기면 안됩니다. 집주인의 가족중 한명은 손님들의 술잔이 조금이라도 비면 얼른와서 가득 첨잔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집주인과 손님 대표는 식사하는 동안 30잔 정도는 마시게 됩니다. 다른 손님들 역시 연신 타마다를 외치며 같이 마셔야 하기 때문에 나중엔 모두 얼큰하게 취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여자들은 술을 강요당하지 않기 때문에 주량껏 마시면 됩니다. 어쩐지 우리의 음주문화와 좀 닮은 면이 있습니다.







암튼 모두 그루지야의 맛있는 와인과 타마다에 취해 다시 버스에 올랐고, 한참을 달려 코카서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트빌리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루지야의 수도인 트빌리시는 '뜨거운 곳'이란 뜻입니다. 유황온천이 지천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답게 트빌리시엔 오래된 수많은 온천장이 있습니다.







설파바쓰라고 불리는 이 트빌리시의 온천장은 고대로부터 있어왔던 것이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대개 18-19세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이 좋은지는 몰라도 내부 시설은 너무나 열악해서 별 권할 만한 것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도심에는 그루지야 정교회의 성 사메바 대성당이 우뚝 서 있습니다.

















트빌리시 어디에서도 보이는 아주 웅장한, 랜드마크 격의 성당이지만 건물 자체는 아주 최근에 지어진 것입니다.







그보다 이 작은 시오니 성당이 역사도 오래 되었고, 그루지야 정교회의 총대주교좌도 있어서 그루지야의 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합니다.












성당안의 분위기가 숨소리조차 크게 내기가 미안할 만큼 무겁고 경건합니다. 



 



시오니 성당 뒤편으로는 카페 거리가 있습니다. 타마다를 맨 처음 제안한 '타마다 상'이라고 합니다.







카페 거리에서 여유를 즐기는 그루지야 여대생들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들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12세기에 세워진 메데끼 성당입니다. 몽고, 페르시아 등 그루지야가 침탈 당할때마다 파괴와 복구를 반복하다 지금의 모습은 19세기 중반에 재건된 것입니다. 메데끼 성당 옆의 동상은 트빌리시를 처음 세운 바크탕 조르가살리라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성당 자체보다 메데끼에서는 나리칼라 요새의 전망이 가장 멋지게 보입니다. 나리칼라 요새는 그루지야의 영혼이자 심장이라고  불립니다. 성 안으로 성 니콜라우스 성당도 보입니다.





 


나리칼라 요새로 올라가 봤습니다.












정말 시내 전망이 멋집니다. 가까이로는 메데끼 성당이, 멀리로는 성 사메바 성당이 보입니다. 




 



시내 중심으로는 쿠라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습니다. 왜 트빌리시를 코카서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 지 충분히 알만했습니다.







나리칼라 요새는 4세기경 트빌리시의 건설과 역사를 함께 합니다. 하지만 그 후 긴세월동안 외침이 있을 때마다 파괴와 재건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19세기초의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다 허물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조금씩 복원하고 있지만 완전한 모습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그루지야는 다른 코카서스 3국과 마찬가지로 동서양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강대국이 하나 들어설 때마다 그루지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08년에도 러시아와 전쟁이 붙어 5일만에 항복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루지야라는 나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야말로 바람잘 날 없는 나라입니다.

한 수사가 나와 나리칼라 요새의 종을 치고 있었습니다. 나에겐 이게 평화를 기원하는 종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루지야에 영원한 평화가 오기를....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