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가장 큰 매력은 길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그루지야 군사도로는 백미입니다. 험준한 산을 돌고 돌아 닦아놓은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눈덮인 대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 러시아로 이어집니다.

그루지야의 트빌리시와 러시아의 우라지 카프카스를 잇는 장장 200km의 이 길은 코카서스에서 러시아로 연결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원래 이 길은 실크로드 교역 당시 대상들이 넘나들던 작은 소로였습니다. 하지만 제정 러시아 시대의 짜르 알렉산더 1세가 남하정책의 일환으로 이 길을 확장했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이 길을 통해 흑해로 직접 이어지는 교통로를 확보할 필요성을 절감했던 터입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시절에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해군이 기동할 부동항이 없어 식민지 개척에 열세를 면치 못했던 러시아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이 길을 통해 흑해의 부동항과 연결하고 싶은 열망이 무척 컸을 시기였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그 교두보 마련을 위해 1883년에 그루지야를 합병합니다. 이 아름다운 길의 태동은 러시아의 군사적인 야욕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1854년에 발발한 크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한 후 이 길을 통해 흑해로 진출하려던 러시아의 꿈은 좌절되고 한동안 잡초만 무성한 버려진 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이 길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소비에트의 탄생과 함께였습니다. 2차대전 중 스탈린은 이 길의 군사적 중요성을 자각하고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바로 일년의 절반 이상이 엄청난 폭설로 인해 폐쇄된다는  점입니다.   







스탈린의 뚝심은 대단했습니다. 적설기에 눈을 피해 달릴 수 있는 터널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험한 산길에 도로를 만드는 것도 죽음의 공사인데 거기에 터널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난공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소련에는 2차대전 중 잡아온 독일군 포로가 있었던 것입니다. 독일 포로들이 이 공사에 대거 동원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포로들이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 구간에 6개의 터널을 완성해 놨다는 사실입니다.  













아스라한 절벽 위에 세워진 조형물입니다.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우호조약 체결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3년에 세운 것입니다. 모자이크 기법을 동원하여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역사를 그려놓았습니다. 







막상 이 도로에 진입을 하면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역사적인 문제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일단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눈길이 바빠질 뿐입니다.  







깎아지른 절벽위로 길이 이어집니다. 절벽 밑으로는 아름다운 실개천이 흐르고....







작은 소로를 따라 걸어보지만 불과 몇 미터 가지도 못해서 절벽과 마주합니다. 












군사도로 중간쯤에 있는 신기한 바위입니다. 끊임없이 바위를 타고 온천수가 흘러내립니다. 철분이 섞인 이 온천물의 내용물이 침전되어 이처럼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에서 본 듯한 모습입니다. 다른 점은 파묵칼레는 흰 석회가 침전된 반면 이곳은 철분이 침전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조심스레 물을 만져보았습니다. 뜨겁지 않습니다. 이미 바위를 타고 흘러내려오면서 군사도로 주변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완전히 식어버린 상태입니다.  







바로 이것이 스탈린이 독일포로를 동원해 만든 터널입니다. 옆으로 길이 있지만 겨울에 폭설이 내리면 이 터널을 이용해 통과합니다.







터널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왠지 으시시합니다. 공사중 죽은 독일포로들은 그대로 그자리에 묻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에 더욱 으시시합니다.







역시  터널 바깥세상이 화사하고 아름답습니다.  







오가는 차량이 많지도 않은데 언제 팔릴지 모르는 양털모자를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면서도 쉬지않고 뜨게질을 하고 있는 이 여인을 통해 그루지야 엄마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루지야 군용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인 즈바리 패스입니다. 즈바리는 십자가라는 뜻입니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2,396m에 이릅니다.







즈바리 패스를 넘으면 곧바로 장엄한 설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6월말의 코카서스는 온통 꽃천지였습니다. 특히 저 이름모를 노란꽃의 군락은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노란꽃과 푸른 초원, 파란 하늘, 그리고 눈덮인 산정... 이 조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작은 교회가 서있습니다. 주변엔 인가도 없는데, 누가 저 교회를 찾아갈까요? 혹시 홀로 양떼를 몰던 목동이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면 저곳에 들어가 성모님께 푸념이라도 늘어놓을까요? 












그루지야도 도회지만 벗어나면 정말 소탈한 일상이 펼쳐집니다. 픽업트럭 대신 나귀 등에 가득 올려진 짐들이 왠지 정겹습니다. 나귀에겐 미안하지만...







푸른 초원을 옆에 두고 도로를 점거한 소떼들입니다. 군사도로상에는 종종 이런 소떼나 양떼가 갈길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햇빛을 받은 아스팔트가 따듯해서 배를 깔고 앉아 움직이지 않는것 같습니다.







같은 군용도로지만 10월에 갔을 때의 모습은 또 다릅니다. 누런 벌판 위로 우뚝 솟은 카즈베기의 모습이 당당해 보입니다.







누렇게 변해가는 초지를 가득 덮은 양떼들의 모습입니다. 이제 기나긴 겨울이 오면 눈에 덮일 초지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는것 같습니다.







가을풍경은 참으로 쓸쓸합니다. 특히 샛강이 굽이도는 모습은 막연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점점 설산이 크게 다가옵니다. 이제 그루지야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카즈베기산이 가까워졌음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