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러시아 군용도로를 벗어날 무렵 아주 예쁜 성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블로그에서 이곳을 교회 또는 성당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13세기 아라그비 백작의 성으로써 가슴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성채입니다. 







전반적인 건물구조는 두개의 성과 하나의 교회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건물 전체를 성벽이 에워싸고 있는 형식입니다. 어느모로 보나 방어를 염두에 둔 요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귀퉁이에 솟아 있는 망루가 이를 대변합니다.








아나누리가 성채이건 교회이건 그 뒤에 담겨진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져 아주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냅니다. 이 호수는 수력발전소를 만들면서 생긴 소비에트 시절의 인공호수입니다.






이 성채에는 가슴 아픈 두 가문의 전쟁에 얽힌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13세기부터 이 성의 주인이었던 아라그비 백작가문은 인근에 있는 샨스세 공작가문과 철천지 원수이자 라이벌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대를 이어  원수지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1739년에 샨스세 공작가문이 이 성에 쳐들어와 아라그비 가문을 몰아내고 성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4년 후 농민반란으로 인해 샨스세 공작가문은 이 성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곤 아라그비 백작가문과 연관이 있던 테무라즈 2세가 이 성의 새로운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마저 또다른 농민반란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하게 당하게 됩니다.


오래된 숙적이었던 두 가문의 승자는 그 누구도 아니었습니다. 두 가문 모두 멸문의 화를 당하고 말았으니까요.   







성채 내에 있는 성당의 아름다운 외벽장식입니다. 벽돌형식의 돌을 쌓아 만든 외벽에 이런 장식을 할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현재 아나누리 성채는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성채에 얽힌 역사와 방어개념이 강한 성채의 구조가 어필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므츠헤타로 이동합니다.

므츠헤타는 그루지야의 수도가 트빌리시로 옮기기 전까지 이 나라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이 마을의 기원은 BC 3세기 이베리아 왕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무려 5,0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입니다.


므츠헤타는 또한 그루지야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종교성지입니다. 왜 그런지는 이곳의 대표적인 성당인 즈바리 수도원과  스베티츠호벨리 수도원을 방문해보면 바로 알게 됩니다. 먼저 즈바리 수도원으로 가봅니다. 







즈바리 성당이 아니라 수도원이라고 하는 이유는 지금은 사진처럼 모두 파괴되고 성당만 남아있지만 원래는 수도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 마침 이곳에서는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기도를 하러 왔습니다. 결혼식 후 제일 먼저 즈바리 수도원을  찾아 기도하는 것은 그루지야 신혼부부들에게 최대의 축복입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가 세계 최초로 성당다운 성당이 건립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301년, 성 니노가 이곳에 찾아와 당시 군주였던 밀리안 3세에게 기독교를 전파하여 국교로 만듭니다. 그리곤 이 자리에 십자가를 꽂고 성당을 건축했습니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것이 313년이니 유럽보다 10년이나 앞서 기독교가 국교가 된 것입니다. 당연히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나라가 곧 그루지야입니다. 그러니 그루지야인들이 이 성당을 얼마나 성스럽게 생각하는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성당의 출입문입니다. 입구 위쪽 창문, 바로 그 위에 조그맣게 찍힌 조각이 보이십니까? 저는 이 부조를 보고 한동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조의 내용인 즉, 이 성당을 조각한 건축가가 예수님으로부터 '참 잘했다'고 칭찬받는 장면입니다. 스스로 예수님께 칭찬받고 싶어하는 건축가의 염원이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성당 내부는 비좁습니다. 그리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중함이 있습니다. 굳이 주의를 주지 않아도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도 조심하게 만듭니다.







성 니노의 모습입니다. 그 앞에 성 니노가 만들었다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포도나무 가지를 엮어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십자가의 진본은 트빌리시의 시오니 성당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루지야 최고의 국보 중 국보입니다.







그루지야를 비롯한 코카서스의 성당들은 내부를 별로 치장하지 않습니다. 즈바리 성당 또한 특별한 장식이 없음에도 거친 돌이 주는 투박한 질감이 마음을 사로잡았읍니다. 오랜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이 또한 정겹습니다.







즈바리 성당을 나와서 본 므츠헤타 전경입니다. 터키에서 발원한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마을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므츠헤타를 좀 더 줌업해서 보니 다음 순서로 방문할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을 전체가 성당을 중심으로 발전한 듯한 모습을 어렵사리 알 수 있습니다. 므츠헤타는 다시 강조하지만 그루지야 최고의 종교성지입니다. 







드디어 아래 마을로 내려와 스베티츠호벨리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이 수도원도 나이가 900살이 넘었습니다. 당연히 성당의 지붕 등에서 보수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스베티츠호벨리 수도원의 가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루지야인들의 영혼이자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감짝 놀랄 만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성당입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입고 있던 성의가 바로 이곳에 묻혀있다는 전설 때문입니다. 전설이지만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전설입니다.







예수님의 성의가 묻힌 곳에 삼나무가 자라났고, 그 삼나무를 잘라서 이 성당의 기둥으로 세웠습니다. 이 장소는 당대의 삼나무 기둥을 보관한 곳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성의가 이곳에 묻혔다는 기록만 있지 정확히 성당 어디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바로 이곳이라고 믿고 있는듯 했습니다.   







성당 곳곳에는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물론 우리 일행들도......







스베티츠호벨리 수도원의 외관입니다. 건축적으로도 그루지야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스베티츠호벨리 수도원에서 올려다 본 즈바리 수도원입니다. 높은 언덕에 있어 더욱 경건해 보입니다. 







이제 다시 그루지야의 수도인 트빌리시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식사 중 그루지야 전통공연이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계 어딜 가든 민속공연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그루지야 공연도 크게 흥미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트빌리시의 시오니 성당입니다. 이곳에는 그루지야의 성녀 성 니노가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서 만들었다는 십자가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루지야 최고의 보물이 보관된 곳인만큼 현지인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중받는 성당이기도 합니다.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트빌리시의 야경입니다. 밤이 되니 더욱 아름답고 포근한 트빌리시를 내일이면 떠나야 합니다. 이렇게 그루지야 여행을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