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로 넘어오자마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수도원에 흠뻑 매료되었습니다. 이제 세반호수로 달려갈 차례입니다. 

아르메니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딜리잔 마을을 거쳐 세반호수로 달려가는 길 양옆에는 어마어마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달려가도 지천에 깔린 야생화 벌판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버스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얀 꽃들이 지평선까지 온세상을 뒤덮었습니다. 6월말의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고, 뒹굴기도 하고, 하염없이 꽃길을 걸어보기도 합니다.












드디어 세반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텔 테라스에 앉아 찍은 사진입니다. 
 
해발 1,900m에 위치한 고원 청청호수인 세반호수는 4,058 평방킬로미터의 넓이에 둘레 길이가 100km에 육박하는 코카서스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모든 국민들이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호텔 앞에 철골구조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정말 쓸모없는 구조물입니다. 객실의 테라스 안락의자에 앉아도 완벽하게 전망을 볼 수 있는데, 왜 이런걸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 구조물 때문에 전망에 방해를 받습니다.  







철골구조물 전망대에서 본 모습입니다.







우리가 세반호수를 찾은 이유는 호수주변에서 유희를 즐기자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세반느반크 수도원 때문입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원 또는 성당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덩어리들입니다.  







호수를 배경으로 서있는 성당의 모습이 앙증맞으면서도 위엄이 있습니다. 원래 세반느반크 수도원은 육지와 분리된 섬에 있었습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고립된 수도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비에트 시절에 세반호수를 이용하여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호수의 수위가 낮아져 육지와 연결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수도원이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 고립된 섬에 수도원을 세웠을까요....

이 수도원이 건설된 것은 9세기경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남편을 여윈 한 여성이 이 섬에 들어와 수도원을 만들고 평생을 호수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남편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하며 평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후 새로운 수도사들이 찾아들어 12세기까지 점차 규모가 확장되었습니다.   








성당 주변으로는 수많은 아르메니아 십자가 조각이 놓여있습니다. 모두 이곳에 머물던 수도사들의 작품들입니다.







옛 수도사들은 성경을 직접 손으로 옮겨 쓰는 필사본 제작이나 성상 조각을 하나의 수행과정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이 십자가 조각을 만드는 것이 그 과정이었나 봅니다.







현재도 이 작은 성당에는 신부님이 상주하고 계셔서 미사가 봉헌됩니다. 우리들이 방문했을 때는 마침 인근에 있는 수도원 학교의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주일미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봐도 아름다운 전경입니다. 6월말에 왔을때는 야생화와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10월에 왔을 때는 바람에 출렁이는 누런 풀들이 한없이 고독한 정취를 자아내더니 말입니다.  







지금은 두 채의 성당 건물만 남아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이 주변에 있었던 흔적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도원 건물의 흔적입니다. 몽골이 이곳까지 찾아와 수도원을 초토화 시킨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본 세반호수는 마치 거울을 깔아놓은듯 고요하고 평온했습니다.  

















세반호수에도 어김 없이 해가집니다. 하늘에 노을이 번지면서 붉게 타오릅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