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 8. 16. 06:00

 

얼마 전 박지성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바로 그 유명한 박지성 선수 말입니다. 휴가 중 한국에서 다큐 촬영을 했는데 마침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제작을 담당한 덕에 나 역시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난 외국에서 박지성 선수를 가끔 팝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5월의 그리스 산토리니에서도 그랬습니다.




한 그리스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의 소재가 끊겼습니다. 그래서 축구 얘기를 꺼냈고, 자연스럽게 박지성을 아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대개의 유럽 남자들이 그렇듯 이 그리스인도 축구광이었고, 더군다나 이 친구는 한 아마추어 클럽 소속의 축구 선수였습니다.

당연히 박지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맨유 소속이라는 점은 물론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지성 선수에게 골을 먹는 바람에 그리스가 예선 탈락했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박지성과 같은 성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축구 클럽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며 명함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다음 그리스 출장길에 꼭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나는 박지성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덕택에 그리스 친구가 생겼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박지성은 “스카우트 제의는 받아 들였느냐”고 물어왔고, “하도 열성적으로 제의를 해오는지라 나중에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고 왔다”고 답하니 그도 한참을 웃었습니다.

가끔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더 이상 얘기할 꺼리가 없어 한동안 어색하게 멀뚱멀뚱 쳐다보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스포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늘 만사형통이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 중남미 등 전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월드컵 얘기를 상대방이 먼저 꺼내 대화하기가 참 편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나로선 올림픽 자체보다 외국인과 훌륭한 대화꺼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