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동유럽의 파리’라고 부르는 구시가지의 아름다움에 빠져 길을 걷고 있는 데 얼핏 낯익은 얼굴이 스쳐갑니다.
누구일까?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우리 일행 중 그 사람과 마주친 또 다른 분들이 계셔서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였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발틱 여행중 장시간 버스 이동할 때마다 일행 모두 그녀의 노래를 듣곤 했었습니다.
모두가 같이 사진 한 장 못 찍었다고 아쉬워하며 다음 목적지인 리가 돔 성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서 성가대의 은은한 찬송가와 함께 갑자기 눈앞에서 맞닥뜨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수미씨였습니다.
이 뜻밖의 만남에 우리 일행들은 모두 놀라워하며 조수미씨와 함께 반갑게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발틱에서 보기 힘든 한국인들을 만나서였는지 그녀 역시 활짝 웃으며 기꺼이 사진 촬영에 응해주었습니다.
사실 테마세이투어의 여행길에 유명인을 만나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이번 북프랑스 여행 중에는 노르망디 해안에서 방송인 이다도시를 만났습니다. 북프랑스 인솔자 역시 페캉이란 작은 도시에 이다도시가 산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 만나려는 계획은커녕 어떠한 정보도 없이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다도시의 집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이다도시는 특유의 활달함으로 생각지도 않게 자신의 집을 찾아온 한국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 일행과 한참을 수다 떨다가 함께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유명인을 먼 이국땅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더 크지 않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환영은커녕 오히려 기피대상이 되는 유명인들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여행길에 마주치는 정치인들이 그런 대상중 하나입니다.
몇 해 전 인도의 뉴델리에서 모 정당의 한 유력 국회의원을 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여긴 왜 왔지?“ 정도의 반응 이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행 내내 철저히 잊혀진 인물이 됐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정말 유명 정치인이었는데 말입니다.
브라질의 이과수에서 만난 정치인들은 우리 일행들에게 더 굴욕적인 대접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정당의 거물 정치인을 비롯, 얼굴을 알만한 유명 국회의원들을 식당에서 만났는데 우리 일행들은 반가워하기는커녕 자리마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습니다. 웃음으로 악수를 청하려던 정치인들로서는 머쓱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 내내 “이과수 폭포에서 의정활동을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이곳까지 놀러와도 되는 거야?”라며 우리 일행의 도마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정치 불신의 현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조수미나 이다도시같은 문화계 인사들만큼 전혀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비극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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