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를 맨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의 뮤지컬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을 보고 나서 입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 온 칼스버그 왕실의 황태자와 하숙집 딸과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황태자가 대학가 맥주집에서 술잔을 높이 들고 "Drink, Drink!!"라며 드높이 노래 부르던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유분방한 대표적인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에서 독일 여행을 시작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성을 오르니 아름다운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유럽의 다른 중세 성과 마찬가지로 도심의 가장 높은 언덕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그래서 시가지 전망이 무엇보다 일품이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원래 엄청나게 큰 규모였지만 30년 전쟁등 온갖 전화와 화재를 겪으면서 지금은 상당부분이 파괴되어 '폐허의 성'이라 불립니다. 다사다난했던 약 1천년의 역사를 웅변하듯 그야말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거대한 몸체를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폐허 속에서 세월의 무게감과 전통이 느껴지는 듯 하기도 합니다. 












많은 부분이 부숴져 있지만 프리드리히관만은 그대로 건재, 옛날의 영화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관 지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술통이라는 그로세 파스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내려오는 길엔 한 신혼부부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의 중심광장인 마르크트 광장입니다.







광장에서 올려다 보니 좀 전에 가보았던 하이델베르크 성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중심광장 답게 마르크트 주변엔 성령교회와 시청사가 자리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1592년에 지어졌으니 40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호텔과 유명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습니다.







거리 산책에 나섰습니다. 고풍스런 건물과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이 줄지어 서 있는 하우프트 거리입니다.







하우프트 거리 끝에는 학생감옥이 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입니다. 감옥하면 삭막한 지하감옥 같은 걸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하이델베르크의 학생감옥은 그냥 일반 건물입니다. 말썽을 피운 학생은 이 건물에 일정 기간 격리시켰습니다.







보통 감옥은 죄과에 대한 처벌의 장소입니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학생감옥은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학생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는 게 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이 곳에 감금하는 대신 사회적 처벌을 피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하이델베르크 대학생들은 감옥에 투옥되는 걸 일종의 훈장처럼 여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감옥에는 격리된 학생들이 그린 온갖 철학적 관념들과 해학적인 그림들로 가득했습니다.







부티나고 귀티가 좔좔 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놀랍게도 대학 강의실입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보듯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한 왕국의 황태자가 유학하던 유명대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학생들도 모두 귀족의 자제들이었습니다. 이제 오페라하우스 같은 이 강의실이 이해될 것입니다.

대학내에 학생감옥을 두어 사회적인 처벌을 피하게 했던 것도 함께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그냥 허울좋은 귀족학교만은 아니었습니다. 변증법으로 너무나 유명한 철학자 헤겔이 이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약 6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독일 최고의 명문대학중 하나입니다.







네카어 강가의 테오도르 다리로 가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래된 다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카를 테오도르 다리입니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 입구에는 묘하게 생긴 청동상이 하나 서 있습니다. 얼핏 고양이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원숭이입니다. 원숭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거울입니다.

원숭이가 들여다보는 거울에 무엇이 보이는지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여행자들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자기 모습이 비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에서는 동상 하나에 담긴 의미도 철학적입니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에선 도심을 흐르는 네카어 강과 하이델베르크 성의 위엄있는 모습이 아주 잘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면 언덕 위를 오르는 가파른 길이 나오는데 바로 철학자의 길입니다. 



 



헤겔, 야스퍼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철학적인 영감을 얻곤 했습니다.







사색도 좋지만 이곳에서 보는 하이델베르크의 전망이 가장 멋진 것 같습니다.

황태자는 급작스럽게 왕위에 오른 후 다른 왕국의 공주와 정략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결혼식을 올리러 가는 길에 하이델베르크에서 기차를 세워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하숙집 딸과 가슴 아픈 이별을 나누었습니다.

그 연인들 만큼 절절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우리도 하이델베르크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또 다른 대학도시 튀빙겐으로 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