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화폐에 도안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를 대표한다는 뜻입니다. 뷔르츠부르크가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은 유로를 사용하지만 마르크를 쓰던 시절 뷔르츠부르크는 50마르크 짜리 지폐에 배경으로 쓰였습니다.
그만큼 뷔르츠부르크가 독일 도시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중의 하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헤르만 헤세는 이곳을 여행한 후 "내가 만일 고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뷔르츠부르크를 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구 13만 명의 작은 도시 뷔르츠부르크는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하는 도시입니다.
뷔르츠부르크엔 유독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튀빙겐처럼 뷔르츠부르크도 대학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인구 13만 명 중 약 2만명이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뷔르츠부르크 여행의 출발점인 마르크트 광장입니다. 독특한 모양의 빨간 색 교회가 대뜸 눈에 띕니다. 마리엔카펠 성당입니다. 얼핏 봐선 지은 지 얼마 안된 건물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뷔르츠부르크의 주요 교통수단은 트램이라는 전차입니다. 하지만 여행지가 몰려 있는 구시가지는 모두 아주 천천히 걸어서 30분 거리내에 있습니다. 이런 자그마한 도시에선 그저 걷는 게 최고입니다.
알테마인교에서 대성당까지의 대성당 거리입니다. 유럽의 도시에선 시계탑이 있으면 대부분 시청사라고 보면 됩니다. 왼쪽의 시계가 있는 건물도 역시 뷔르츠부르크 시청입니다.
거리 끝의 두개의 첨탑이 있는 건물이 뷔르츠부르크의 핵심이랄 수 있는 대성당입니다. 뷔르츠부르크는 중세 시절 주교가 다스리던, 주교의 영지로 발전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주교가 주로 활동하는 대성당이 이 도시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달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대성당입니다. 11-12세기 독일 건축 예술의 정수로 손꼽히는 성당입니다.
오랫동안 주교구 역할을 하던 성당답게 내부는 장엄하고 장식도 무척 화려했습니다.
구시가지를 가로 질러 주교의 궁전이었던 레지던츠로 가는 길입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있는 레지던츠입니다. 이곳을 관장하던 주교의 명에 의해 17세기에 지어졌으며, 바로크 건축의 걸작중의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물입니다.
독일만큼 성(城)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그 수많은 성들은 용도에 따라 3가지로 이름을 달리합니다.
가장 많은 것은 부르크(Brug)입니다. 전쟁에 대비해 요새처럼 두터운 성벽을 두른 성을 말합니다. 대개는 적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는 높은 언덕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냥 주거용 성도 있습니다. 슐로스(Schloss)라고 합니다. 성벽이 있긴 하지만 부르크만큼 견고하진 않습니다. 대개 얕은 언덕이나 평지에 세워지는데 아주 흔하진 않은 형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레지던츠가 있습니다. 보통 도시 근교에 만들어지는데 일종의 별궁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뷔르츠부르크 외에도 많은 도시에 레지던츠가 있습니다.
뷔르츠부르크의 레지던츠는 전쟁의 위험이 감소하면서 주교가 마리엔베르크 요새에서 내려와 도시의 평지에 살기 위해 지은 궁전입니다.
사진은 레지던츠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인 '계단의 방'입니다.
레지던츠 내부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유럽의 중세는 그야말로 기독교의 시대였음을 반증하는 듯 합니다.
레지던츠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그림입니다. 바로 세계 최대의 프레스코 천정화입니다.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원도 굉장히 넓습니다. 당시 가톨릭 주교의 위세를 충분히 짐작케 합니다.
이곳을 방문했던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교의 주거지'라고 감탄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레지던츠를 보고나면 '종교개혁이 괜히 일어난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구시가지의 건너편으로는 뷔르츠부르크의 상징인 마리엔베르크 요새가 언덕위에 군림하듯 우뚝 서 있습니다.
마리엔베르크로 가기 위해선 알테마인교를 건너야 합니다. 알테마인교에는 12명의 가톨릭 성자상이 있습니다. 프라하의 카를교를 보는 듯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를교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과 달리 알테마인교는 한적해 훨씬 더 정감이 갔습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는 12세기 이 지역의 가톨릭 주교가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는 철벽을 두른 듯 육중한 담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성직자조차 이런 요새속에 몸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는 것은 중세의 유럽이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 어려운 정말 불안정한 시대였다는 것이고, 당시의 성직자들이 세속적으로 지켜야할 것이 많은 시대였다는 뜻일 것입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의 입구입니다.
규모가 정말 굉장합니다. 요새라고 하기엔 너무 큽니다. 주교가 봉건 영주의 역할을 겸했으니 참 대단한 권력입니다.
감옥으로 쓰이던 둥근 탑입니다. 맨 꼭대기에 작은 창 하나뿐이니 1년 내내 햇볕 하나 들지 않는 음침한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요새도 요새지만 마리엔베르크에 올라야 하는 진짜 이유는 멋진 전망 때문입니다.
도시 사이론 마인 강이 흐릅니다.
요새 바로 아래로는 제법 넓은 포도밭이 있습니다. 뷔르츠부르크에서 꼭 해야할 일중의 하나가 와인을 마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켄 와인의 주요 생산지라는 데 이에 대해선 더 이상 아는 상식이 없습니다.
왼쪽으로 알테마인교와 시청, 대성당 등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뷔르츠부르크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로만티크 가도의 출발지입니다. 이제 로만티크 가도의 두 번째 도시이자, 낭만적인 목조가옥의 도시인 로텐부르크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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