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싱그러운 공기가 코 끝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호수 너머로 군데군데 흰 눈을 인 독일 알프스의 연봉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호수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이런 곳을 걸을 때마다 여행의 소중함을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독일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향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오르는 기점인 슈방가우까지는 겨우 10여분 길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니 노란색의 호엔슈방가우 성이 보였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퓌센 여행은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 2세와 떼어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호엔슈방가우 성은 루드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성입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오르다 마리엔 다리에 서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정말 동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입니다. 월트 디즈니가 자사의 로고로 이 성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싶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뮌헨 왕립극장의 무대화가인 크리스찬 양크가 그려온 몇개의 그림중 루드비히 2세가 직접 선택하고 본인이 직접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성 주변은 깍이지른 듯한 계곡과 폭포가 있어 그 신비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미리엔 다리를 나와 성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다보니 불쑥 그림같은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루드비히 2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동화를 꿈꿀만한 풍경입니다. 이런 환상적인 전망이 있는 곳에 성을 짓다니... 상상만으로도 정말 가슴 설레였을 것 같습니다.







알프제 호수와 마을,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호엔슈방가우 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드디어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다 왔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바이에른 공국의 루드비히 2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단순히 그가 이 성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이상의 비극적인 역사가 둘 사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루드비히 2세는 25살이던 1869년 이 성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완공을 보진 못했습니다.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1886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루드비히 2세가 바이에른 공국의 왕이 되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왕국에게도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명'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던, 불과 18세의 나이에 선왕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왕위를 물려 받았습니다. 루드비히 2세는 왕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정치나 외교적인 자질은 유감스럽게도 심히 부족했습니다. 대신 그는 예술적인 방면에 타고난 소질이 있었습니다. 그게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시대적인 상황도 그에겐 불리했습니다. 1800년대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시민의식이 커지면서 왕의 권위는 이미 바닥이었습니다. 국제 정세 또한 심약한 루드비히 2세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였고, 급기야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맞아 루드비히 2세는 현실 도피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공국 곳곳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예술적인 궁전과 성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의 중심인 뮌헨을 오랫동안 비워둔 채 건축에만 매달려 있었으니 귀족들과 국민들의 원성을 산 것은 당연하달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지낸 퓌센에 노이슈반슈타인이라는 동화같은 성을 짓는 것도 모자라 동시에 린더호프성과 헤렌킴제 성 건축에도 들어갔습니다. 이 두 성은 모델이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이었으니 그 호사로움과 막대한 재정지출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재정은 파탄났고, 동시에 바이에른 공국은 풍전등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귀족들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잠자던 루드비히 2세를 납치 살해하면서 이 비극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테마는 두가지 입니다. 바로 백조와 바그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백조와 노는 것을 즐기던 루드비히 2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대부분을 백조로 장식했습니다. 문고리도 백조고, 커튼의 그림도, 세면대의 모습도, 화병의 모양도 모두 백조입니다. 그래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백조의 성'이라고도 불립니다.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 매니아' 였습니다. 성안의 많은 장식을 바그너의 오페라인 '로엔그린' '탄호이저' '니벨룽겐의 반지'등의 주인공들과 스토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바그너에 대한 그의 편애가 얼마나 심했던지 나중엔 '바이에른 왕국을 통치하는 것은 루드비히가 아니라 바그너'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그너가 이 성에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것은 의외의 일입니다.







자신을 망치고, 왕국을 멸망시켰던 루드비히 2세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지금은 독일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어 수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입니다.







역사야 어찌되었건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번 알프제 호수와 독일 알프스의 황홀한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정말 명당 자리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오를 때는 미니버스를 이용했지만 내려갈 때는 싱그러운 숲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아래쪽에는 루드비히 2세가 백조와 놀던 호엔슈방가우 성이 다시 보였습니다.







이번엔 마차를 타고 마저 마을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리곤 버스에 올라 독일 알프스를 따라 난 알펜가도로 접어들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