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가도의 길들은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독일 알프스 봉우리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그 사이사이의 작은 마을들이 모두 앙증맞게 예뻐서 한시라도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독일의 건축왕 루드비히 2세가 생전에 완성시킨 유일한 성인 린더호프에 가는 길입니다.
린더호프 성은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잘 찾지 않는 곳입니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늘 한적합니다.
하지만 일단 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린더호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성입니다.
얼핏보면 린더호프 성은 무척 아담합니다. 사실 저 궁전과 정원이 다 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곳에 모든 아름다움이 다 들어 있습니다. 궁전이며, 분수며, 조각 하나하나가 무엇하나 빠지면 린더호프 성의 완성도 갑자기 뚝 떨어질 것 처럼 절묘하게 배치되고,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금으로 치장된 분수만 해도 루드비히 2세가 이 성을 짓는 데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분수는 높이 30m까지 치솟는데 당시의 기술로는 정말 엄청난 것입니다.
원래 이 자리엔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의 사냥용 별궁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중세는 궁전의 무도회와 함께 사냥이 최고의 오락거리였습니다. 유럽의 왠만한 왕실치고 방대한 사냥터를 갖고 있지 않은 왕족은 없을 것입니다.
루드비히 2세는 별궁을 허물고 이 자리에 린더호프 성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들른 적이 있는데 이 때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린더호프 성을 베르사이유 궁전의 일부인 트리아농을 본 따 로코코 풍으로 만들고, 정원 역시 베르사이유 풍으로 조성했습니다.
린더호프는 사냥터에 지어진 성인 만큼 사실 굉장히 외진 위치에 있습니다. 루드비히 2세는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왕위에 올랐지만 정치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는 그의 심리가 이런 외진 곳에 성을 짓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궁전의 맞은 쪽인데 무척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루드비히 2세는 왕이 아닌 건축가나 예술가로 태어났다면 굉장한 업적을 세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예술가적인 안목은 굉장히 뛰어 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궁전 뒤쪽의 정원으로 가보았습니다.
이곳에도 아름다운 몇개의 분수가 있습니다.
뒤쪽의 정원은 독일 알프스의 자연을 고스란히 살린 형태였습니다.
린더호프 성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후원에 만든 비너스 동굴이었습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이 동굴은 오페라의 무대입니다. 동굴안의 연못에 띄워놓은 작은 배를 타고,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오페라인 '탄호이저'를 들을 계획이었습니다.
루드비히는 왕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바이에른 공국의 왕으로 있는 동안 내내 현실정치에 공포와 함께 환멸을 느껴 왔습니다. 그는 현실과 뚝 떨어져 마치 숨듯이 이 동굴을 찾아 들었을 것입니다. 금박으로 치장된 저 작은 배에 앉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일까요? 루드비히 2세는 이 화려함 속에서 오히려 더 공허함과 고독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린더호프 여행을 마치고, 히틀러의 별장을 찾아 알펜가도의 끝까지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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