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같았던 나미브 사막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훅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그나마 우기라고 이 불모의 나라에도 간간히 비가 내립니다. 나머진 그야말로 비 한방울 볼 수 없는 메마른 건기이지요.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도로 오른쪽으로 보다시피 한 지역만 집중적으로 비가 퍼붓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산과 건물들로 사방이 막혀 있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지만 사방이 탁 트여 구름의 이동경로가 한눈에 다 보이는 아프리카에선 간혹 볼 수 있습니다.







빈트훅에 가까이 갈 수록 푸른 산과 초원이 많아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인가 싶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빈트훅은 산이 많은, 고원지대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독일이 그나마 기후적으로 사람들이 살기 좋은 이곳에 수도를 세워 놓은 것이지요. 







나미브 나우클루푸트 국립공원에서 빈트훅까지는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길입니다. 물론 변변한 집 한 채도 없으니 휴게소 같은 게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나무가 있는 길가에 다리쉼 할 겸 해서 차에서 내렸는데 나무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이게 전부 새집입니다. 저 구멍 하나마다 새가 한마리씩 들락거리니 거대한 집단 거주지인 셈입니다. 이런 새집은 다른 나라에선 본 적이 없습니다.







드디어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훅에 다 왔습니다. 고원 도시답게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빈트훅은 한 나라의 수도라지만 인구는 고작 24만여 명에 불과한 초미니 도시입니다. 나미비아라는 나라 자체도 인구가 20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땅크기는 남북 합한 것보다 4배 이상이니 도시를 벗어나면 사람 보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냥 비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선 생각하기 힘든 폭우였습니다. 우리는 걱정스러웠지만 나미비아 사람들은 이 비를 보면서 모두 싱글벙글입니다.







빈트훅 최고의 번화가입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기꺼이 비를 맞는 모습입니다. 비가 귀하긴 귀한 모양입니다.







나미비아에선 두가지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는 물론 나미브 사막으로 대표되는 환상적인 자연풍경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전에 자료를 통해 대략 알고 갔던 바입니다. 진짜 놀랐던 것은 두 번째인데 바로 엄청난 물가입니다.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이니 물가가 쌀 것이라 생각하면 엄청난 오산입니다. 이에 관해선 다음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5가지 - 동물의 왕국? No!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암튼 아프리카 내에서도 나미비아의 물가는 제일 비싼 축에 속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한 남아공은 물론 우리나라보다도 체감상 훨씬 비싸 보입니다. 사진이 좀 들어 있는 책한권을 사려했더니 5-6만원 정도이고, 자그마한 기념품들도 몇 만원은 그냥 기본입니다.







사실 빈트훅은 여행지로선 볼게 하나도 없는 도시입니다. 그냥 시간이 남으면 잠깐 둘러보고, 아님 그냥 건너뛰어도 무방한 도시입니다.







그나마 이 도시에서 추천하는 것도 독일 식민시절의 잔재들입니다. 빈트훅의 중앙 철도역에 이렇게 옛날에 쓰던 열차를 전시해 놓은 야외 철도박물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미비아 사람들이 우리처럼 다른 나라의 식민시절에 대해 분개하는 것도 아닙니다. 6%밖에 안되는 독일계 백인들이 여전히 나미비아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데다 원래부터 이곳에 살던 아프리카 인들에겐 부족이 있을 뿐 국가라는 개념자체는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철도역에서 만난 흑인 모녀입니다.

사실 나미비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부시맨들의 나라입니다. 부시맨은 동명의 영화에서 보듯 키가 자그마한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아프리카 인종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은 체구나 황갈색 피부로 보아 오히려 아시아계의 황인종에 가깝다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발굴된 유골을 보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중 하나라고 하니 부시맨들의 원류가 어디인지 호기심이 살짝 일어납니다.

어쨋든 나미비아를 주활동 무대로 하던 부시맨들은 유럽인들과 다른 흑인부족들에게 밀려나면서 19세기 후반부터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빈트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이 건물입니다. 독일식 건축양식을 가진 루터파 교회라고 하는데 건물이 참 이쁘게 생겼습니다.

내부엔 식민전쟁에서 사망한 독일 병사를 기리는 명패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 죽은 나미비아 인들의 명패는 하나도 없습니다.







식민지 시절의 독일 기마부대 상입니다. 나미비아가 아직도 독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알테 페스테 라는 건물입니다. 예전의 독일이 요새로 쓰기 위해 만든 건축물입니다만 한번도 전쟁에서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립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내용물은 정말 썰렁합니다.







이곳은 독일의 식민 정부청사가 있었던 틴텐팔라스트라는 곳입니다. 지금은 의회로 쓰이고 있습니다.












글쎄요.. 광고판과 달리 나미비아는 이 아프리카 흑인들의 나라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보단 소수의 아프리카 출생 백인과 독일인들이 여전히 나미비아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용한 나미비아의 여행사도, 버스 기사도, 호텔 주인도, 빈트훅의 서점과 기념품 가게 주인도 모두 백인들이었으니까요...

암튼 이렇게 해서 황홀했던 나미비아 여행을 모두 마치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