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을 찾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첫 국립공원 탐방입니다.

하지만 헬스게이트까지의 길은 도로 사정이 형편없이 좋지 않아서 우리를 태운 버스는 내내 이리 뒤뚱 저리 뒤뚱 요동을 쳤습니다. 남아공을 제외하고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도로가 대개 비포장이긴 하지만 이곳의 길이 최악인 것 같습니다.







공원이 넓기 때문에 게이트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우리가 찾은 곳은 '엘자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유명한 '야성의 엘자'를 지은 조이 애덤슨을 기리기 위한 이름 같았습니다. 부근엔 그가 실제로 살던 집도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이곳은 호수였다고 합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될 나이바샤 호수는 물론 멀리 떨어진, 홍학떼로 유명한 나쿠루 호수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하니 굉장히 거대한 호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긴 가뭄으로 헬스게이트는 바닥을 드러냈고, 지금은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습니다.







헬스게이트의 상징이기도 한 피셔스 타워입니다.







표지판을 보니 근처에 캠핑장도 있는 모양입니다.












역시 헬스게이트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협곡이 있어 그리로 가보았습니다. 



 



초원위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거대한 바위가 생뚱맞게 삐죽 솟아 있었습니다. 산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무슨 연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니 아담한 협곡이 나왔습니다.







동물 사파리가 이루어지는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선 차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사자나 표범같은 맹수류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천장이 뚫려 있는 지프차 안에서만 구경해야 합니다.

하지만 헬스게이트만은 다릅니다. 이곳엔 소위 빅5라 불리는 덩치 큰 맹수들이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룩말떼... 드디어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난 동물들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만나는 얼룩말은 동물원에서 보는 얼룩말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정말 너무나 잘 생겼습니다. 특히 저 줄무늬가 그렇게 생생하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위풍당당하고요. 물론 다른 동물들도 그렇지만요.







맹수류가 없어서일까요? 헬스게이트에서 만난 멧돼지, 얼룩말, 가젤, 기린 등 동물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것도 없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임팔라인지 가젤인지 비슷하게 생겨서 잘 구분하지 못하겠습니다. 암튼 이 놈들은 무리지어 다녔는데 연신 우리들을 경계했습니다.







희한하게 생긴 원숭이인데 이 놈만큼은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왔습니다. 바분원숭이, 즉 개코원숭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습니다.







기린도 한가로이 나무위의 풀을 뜯어 먹느라 우리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나중에 암보셀리나 세렝게티에선 더 생생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직접 동물을 본다는 것은 지금껏 동물원이나 TV속에서 보던 것과는 정말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살아 숨쉬는 생명력과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초원위로 얼룩말 한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상태를 보아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았습니다. 그냥 자연사한건지, 다른 동물의 습격으로 죽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흙으로 초원으로 다시 돌아가는게 자연의 이치이겠지요.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은 다른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 비해 그리 아름답다거나 동물이 넘쳐난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사파리 맛보기용으로는 최고의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헬스게이트에서 가까운, 정말 아름다운 나이바샤 호수 국립공원으로 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