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원에 있는 호텔들은 모닝콜이 필요없습니다. 바로 방 앞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등쌀에 못이겨서라도 안 깰래야 안깰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부분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입니다. 이 자연속에서 맞이하는 아프리카에서의 아침은 정말 상쾌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내에는 서너개의 롯지가 있습니다. 그 중 암보셀리 세레나 롯지의 모습입니다. 모두 단층으로 되어 있는데 희한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에 들어 있습니다.







방안의 인테리어도 정말 아프리카 틱합니다.







이 호텔의 직원인 이 친구는 자신이 마사이족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냥보단 축구가 좋기 때문에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롯지내엔 이렇게 수영장도 있습니다. 전체가 호화로운 리조트 단지나 다름없습니다.







호텔 앞면은 차를 마시며 암보셀리의 초원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국립공원내에 있는 호텔들은 어디를 가나 최대한 자연과 동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롯지내에는 이런 원숭이 녀석들이 어슬렁 거리며 다니는데 문을 잘 못 열어놓으면 잽싸게 먹을 것을 훔쳐 가기도 합니다. 



 



롯지에서 조금 밖으로 나오자 드디어 킬리만자로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킬리만자로는 국경 넘어 탄자니아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모습을 가장 잘 볼수 있는 곳은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입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바로 이곳, 암보셀리에서 사냥을 즐기며, 그리고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며 그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습니다.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는 말라서 얼어죽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이처럼 높은 곳에서

제 4일 암보셀리 국립공원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라는 도입부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바로 그 책입니다.







다시 암보셀리 사파리에 나섰습니다.







엉덩이가 앙팡지게 생긴 얼룩말 녀석들이 느긋하게 길을 막아선 채 산보를 즐기고 있습니다. 우린 이곳에서 객(客)일 뿐 이 초원에선 이 녀석들이 주인이니 빨리 비키라고 재촉할 수도 없습니다.







암보셀리의 진정한 주인격인 코끼리도 아침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역시 위풍당당한 발걸음이 위엄이 넘쳐 보입니다.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이는 이 코끼리는 홀로 늪지대를 거닐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새들이 계속 따라 다녔습니다. 바로 전의 글에서도 말했듯 코끼리는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이빨이 나지 않기 때문에 굶어 죽습니다. 암튼 발걸음이 무척 무거워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새 중 하나인 관학입니다. 이쁘게 생겼지만 소리는 마치 깨진 나팔같이 요란합니다. 관학은 우간다의 국조이기도 합니다.







타조들도 연신 긴 머리를 두리번 거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타조의 숫컷은 검은색과 흰색의 깃털을 갖고 있고, 암컷은 회색 깃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다처제이니 사진의 타조들은 왼쪽에서 두번째의 숫컷이 나머지 타조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많은 동물은 누일 것입니다.







소같기도 하고, 말같기도 하고, 염소같기도 한 누는 사자나 표범, 치타, 하이에나 같은 육식동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누는 워낙 온순한 초식동물인지라 먹이사슬 관계에선 거의 바닥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를 수많은 개체수로 극복하고 있는 셈이니 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묘합니다. 







하이에나도 암보셀리에선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입니다. 보통 하이에나는 악랄함의 대명사로 꼽히지만 '초원의 청소부'라고 불릴 만큼 썩은 고기를 깨끗이 먹어치우기 때문에  초원의 오염을 막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동물입니다.

하이에나는 무척 결속력이 강해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데 사자들도 잡은 먹이의 절반은 하이에나에게 뺏긴다고 합니다.







뿔이 무시무시하게 생긴 버팔로입니다. 초식 동물중 가장 사나워서 사자들조차 함부로 사냥에 나서지 못합니다. 







이처럼 암보셀리에 다양한 동물들이 많이 사는 이유는 바로 이런 드넓은 호수가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인근의 킬리만자로 산에서 빙하 녹은 물이 땅아래에서 솟구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최근 급격하게 녹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게 환경론자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킬리만자로의 눈과 얼음이 모두 사라지는 날, 암보셀리의 동물들도 모두 함께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파리 차량의 무전기가 갑자기 찌직 거리면서 교신을 하더니 갑자기 초원위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자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야생 사자를 혹시 못 보나 섭섭하던 차였습니다.







이미 많은 사파리 차량들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전혀 기대치 않았던 엄청난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사자 가족이 먹이를 물어 뜯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암보셀리에선 사자를 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가까이 접근하는 건 더욱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늘어지게 한숨 퍼질러 자고 있는 사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건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되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어미들은 누 한마리를 새끼들에게 던져주고 사냥 하느라 지쳤는지 약간 떨어져서 쉬고 있었습니다. 사자 역시 새끼들 먹이는 게 먼저인 모양입니다.







아기 사자 네마리가 누 한마리를 먹어 치우는데는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누 한마리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솔직히 누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연의 생태계가 준엄하다는 생각과 함께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곳은 Real Africa 였습니다.







이런 생생한 자연의 모습 앞에 많은 사람들도 그저 숙연하게 사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먹이를 물어 뜯어 사자를 말없이 바라보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근처의 버팔로 떼들도 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버팔로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저녁 무렵에 다시 옵저베이션 힐에 오르자 어제 보다 더욱 선명하게 킬리만자로 산이 올려다 보였습니다. 수만년동안 킬리만자로는 저 자리에 서서 이 초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암보셀리의 사바나 초원 너머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해가 지면서 우리는 다시 롯지로 돌아와 푸짐한 저녁을 먹고 편안한 방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저 초원에선 다시 배고파진 동물들이 사냥을 나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배를 채우게 되겠지요. 초원에 내리는 저 어둠은 생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살벌한 종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