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수많은 부족들이 있습니다. 나미비아 편에서 얘기했던, 영화로도 유명한 부시맨도 있고, 아주 작은 키로 유명한 피그미족도 있습니다.

이런 수많은 아프리카의 부족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종족은 아마 마사이족일 것입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용맹한 사람들로 이미 오래전부터 명성이 자자했고,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부족으로도 정평나 있습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 근처에는 마사이족의 마을들이 이곳저곳에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원래는 마사이족의 영토였기 때문입니다. 그중 한 부락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마사이 부족의 마을은 그냥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리 촌장에게 허락을 받아 놓아야 합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반겨주었습니다.







공중으로 풀쩍풀쩍 뛰어 오르는 마사이족만의 이 독특한 춤은 '아두무'라는 뜀뛰기 춤인데 원래는 마사이 전사들이 사냥과 전쟁을 앞두고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부락을 방문했을 때는 환영의 의미를 갖습니다. 

수십명의 마사이족들이 한꺼번에 엄청난 높이로 공중부양을 하는 이 춤은 은근히 위압감이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사냥과 전쟁용 춤으로 쓰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의 마사이족이야 모두 맨발이었겠지만 지금의 마사이족은 모두 샌들을 신고 있었습니다. 저 신발을 나중에 탄자니아의 재래시장에서 쌓아놓고 파는 것을 보았는데 펑크 난 타이어로 만든 고무 샌들이었습니다.







여성들도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 채 우리를 맞아주러 나왔습니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환영 의식이 좀 더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를 모두 땅에 앉게 한 다음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사람이 축원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드디어 마을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곳엔 4가구에 160명 정도가 생활한다고 합니다. 한가구당 40명 꼴이니 굉장한 대가족입니다.







부락안은 흙과 동물의 배설물을 섞어 만든 아담한 토담집들이 마치 성채를 두르듯 빙둘러 있었습니다.







마을안엔 몇명의 어른들이 빙둘러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무언지 모를(우리의 장기나 바둑같은 놀이가 아닐까..) 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굉장히 진지했습니다.







마사이족은 우리에게 불 피우는 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먼길을 나설때도 저 나무판을 들고 다닌다는데 불이 필요하면 저렇게 몇번 쓱싹쓱싹 문지르는 것으로...







금방 불을 피웠습니다.  












마사이족의 안내를 받아 집안 구경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집안은 원룸 구조로 굉장히 작고 어두웠습니다. 잠잘때를 제외하고는 야외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마사이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아이와 소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인사에 "식사하셨습니까?"라는게 있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마사이족들은 "아이들은 어떤가?" "소들은 어떤가?"라고 인사한다고 합니다.







마사이의 아이들은 6살때까지는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만 하다가 그 후에는 조금씩 가축을 돌보는 법을 익힌다고 합니다. 12살이 되면 할례를 하고 드디어 성인 대접을 해주는데 아주 성대한 잔치를 열어줍니다. 할례를 마치면 동시에 가장 낮은 전사계급인 '모란'이 되고, 청년이 되면서 '일케리아니'라는 단계를 거쳐 나중에는 '마니아타'라는 최고의 전사로 길러지게 됩니다.

이들 전사들은 용맹성을 시험받기 위해 사자 사냥에 나서야 했는데 지금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부락은 가시나무로 만든 이중의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맹수들로부터 가축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프리카의 개발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마사이 족의 주업은 목축입니다.







마을 뒷편은 이 부족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입니다.







이들은 우리를 4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장소로 안내했습니다. 이 마을을 이루는 4가구가 공평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물건도 꼼꼼하게 잘 만들어서 나도 이곳에서 마사이족의 팔찌와 목걸이등 기념품을 몇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보단 뭔가를 사주어야겠다는 압박감이 이상하게도 자꾸만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한때 아프리카를 호령했던 용맹무쌍한 마사이족들이 관광객을 위해 춤을 추고, 생계수단으로 기념품을 파는 모습이 한편으론 마음이 서글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목축에 필요한 초원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고, 사냥도 엄격히 규제되고 있고... 씁쓸하지만 그들 역시 현실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사이족은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 북부가 그들의 본거지입니다. 지금도 이 지역에 가장 많은 마사이족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후 서구열강은 이런 현실은 아랑곳없이 그냥 자를 죽 그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선을 일직선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마사이족들은 같은 부족임에도 케냐와 탄자니아로 나뉘어 살고 있습니다. 만약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마사이족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뤄야 할 것입니다.

이는 케냐와 탄자니아간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아프리카 곳곳이 민족을 고려치 않은 국경선으로 인해 인종 분규의 씨앗이 심어져 있습니다. 르완다나 수단에서 벌어진 잔학무도한 인종 청소 문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행히 케냐와 탄자니아는 아직까지는 아주 현명하게도 부족간의 화합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되길 바래봅니다. 







마을 방문을 처음 할때처럼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모든 부락 사람들이 다 나와 환송을 해주었습니다.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마사이 여성들의 장신구와 옷 색감이 더 화사해 보였습니다.

이제 여정은 국경도시 나망가를 통과해 탄자니아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