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1. 11. 4. 06:00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고도(古都) 족자카르타, 텅 비어 있는 벌판에 우뚝 선 보로부두르 사원이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 가면 누구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보로부두르와 앙코르와트… 모든 면에서 가히 사원건축의 최고봉을 다투는 두 사원이기 때문에 두 사원의 비교가 화제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두 사원을 단순 비교한다면 앙코르와트 쪽에 점수가 조금 더 후하게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사원의 규모 면에서 앙코르와트가 더 크고 역사적 상징성과 부조의 예술성 등에서도 앙코르와트가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로부두르 사원에는 앙코르와트가 가지지 못한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여행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입니다.

앙코르와트가 여행자를 압도하며 잔뜩 위세를 부린다면 보로부두르 사원은 여행자를 포근하게 감싸안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앙코르와트는 정상까지 힘들게 기어올라가야 하지만 보로부두르는 자연스럽게 그 품에 안기게 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한 때 동남아시아 유적답사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앙코르와트는 최근 들어 분별력 없는 유흥업소 개발과 지나친 상업성으로 인하여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아초 유승원님이 소개한 앙코르와트 여행스케치 글입니다

『<앙코르>의 현 모습은 숲만 치워진 것이 아니라 신비감 또한 사라졌습니다.

<앙코르>에 어떤 기대를 걸고 떠났을까 돌이켜보니 아마도 원초적 신비감이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돌연 도시 사람들이 증발(?)해 버린 후 밀림에 가려 그 기억마저도 지워질 정도로 세월만 무심하게 흘렀다는 이야기 자체가 기묘한 전설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호랑이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밀림도 간데 없고 말쑥하게 정돈된 사원과 넓은 도로를 따라 각종 차량과 상인, 그리고 걸인이 우글대는 현실 속에서 야인답던 전설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비행과 거액을 투자해 세렝게티를 찾는 이유가 사자나 코끼리를 가까이 보기 위해서가 전부는 아닌 것처럼, 정교한 건축기술과 웅대한 규모만을 감상하기 위해 캄보디아 여행길이 대중화되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느낌이었는데.......잠시라도 현대 문명의 그늘에서 벗어난 듯한 그런 느낌을 얻고 싶었는데 ...... 』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앙코르와트는 '느낌'이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유흥지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반면에 족자카르타의 보로부두르 사원은 여전히 편안한 넉넉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테마세이투어와 함께 족자카르타 여행에 동참했던 고규태 시인은 '앙코르와트 보다 보로부두르 사원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앙코르와트는 마치 어려운 시댁에 들어가는 것처럼 나를 경직시켰지만 보로부두르는 친정집에 들어선 듯이 너무나 포근하게 나를 받아주었다.'는 표현으로 보로부두르의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앙코르와트와 보로부두르의 이 같은 차이는 이미 건축과정에서 정해진 것 같습니다.

앙코르와트는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수많은 노예와 백성들을 강제 동원하여 지었던 곳이니 태생적으로 위압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로부두르는 불법을 널리 전하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목적으로 건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건립되었다고 하니, 건축 당시부터 대중을 향해 포근하게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1,0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전해지는 보로부두르 사원의 부드러운 미소를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여행자라면, 아마 보로부두르 사원을 세계 최고 유적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