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리마는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닙니다. 리마뿐 아니라 중남미 대부분의 대도시가 비슷합니다.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 같은 예외를 제외하곤 대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이 강탈한 금과 자원을 본국으로 실어 내갈 목적으로 개발한 도시들이 지금의 중남미 대도시들입니다.

그래서 중남미의 대도시들은 유럽의 도시도 아니고 라틴 특유의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도 아닌, 성격이 애매모호한 얼치기 형태입니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스페인의 쇠락한 지방 도시를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중남미 최고의 여행지로 가득한 페루를 보기 위해선 수도인 리마를 들르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암튼 리마의 볼거리를 찾아 중심 광장인 아르마스부터 찾았습니다.







아르마스 광장은 샛노란 건물들로 가득했습니다.







스페인의 식민도시치고 아르마스 광장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멕시코시티의 마요르 광장도 아르마스의 다른 이름입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본국의 도시들처럼 아르마스 광장에 대성당과 주요 관공서와 주거지를 배치하고 점차 도시 규모를 확대해 나갔습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성당입니다. 페루의 정복자이자 쿠스코에서 리마로 수도를 옮긴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직접 초석을 놓았다고 합니다.

스페인인들은 늘 '신의 뜻'을 앞세워 정복지에 대성당부터 지었습니다. 하지만 정복자들과 선교사들이 벌인 약탈행위와 인디오들에 대한 몰살 정책은 나중에 로마 교황청에서 가톨릭이 저지른 중대한 죄악으로 공식사과해야 했을 만큼 정말 악랄했습니다.

피사로가 페루를 정복한 목적 또한 잉카의 황금이었을 뿐입니다. 16세기 초의 일입니다. 피사로는 나중에 같은 스페인인에게 암살당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유해는 미라가 되어 이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페루라는 나라가 지금도 인디오들이 아닌 스페인 혹은 그 후예들의 나라라는 뜻일 겁니다.  












이 구시가지의 아르마스 광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글쎄요... 큰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리마에선 얼마 안되는 볼거리이니 만큼 광장엔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팔러 나온 아이의 얼굴이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 삶의 고단함을 벌써부터 느끼는 듯 합니다.












아르마스 광장을 연결하는 구시가지의 골목들은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그런데 광장과 그 주변의 오랜 건물보다는 그 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산이 나의 이목을 더 끌어 댕겼습니다.

리마는 정말 건조한 지역입니다. 나중에 봤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바로 해안 사막이었습니다. 연중 거의 비가 내리지 않다가 5월에 겨우 몇방울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비를 '잉카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하니 아주 잘 지은 이름같습니다.







리마의 또 다른 명소로 불리는 산 마르틴 광장입니다. 원래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라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한적했습니다.

동상은 물론 산 마르틴입니다. '페루의 보호자'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군인으로 페루의 독립을 최초로 선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독립운동은 실패하고, 실제 페루 독립을 달성한 인물은 '남아메리카의 해방자'로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입니다. 1824년의 일입니다.







리마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은 바로 이곳, 황금박물관입니다. 명성에 비해 입구는 소박합니다.






사실 국립인류학고고학박물관이 수장품이 가장 많은 페루의 대표 박물관이지만 황금으로 만든 독특한 보물로 가득한 이 황금박물관이 여행자들에겐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1층은 온갖 종류의 무기를 모아 놓은 무기전시관이고 황금 작품들은 지하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황금박물관은 고대 페루의 화려한 금세공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황금박물관의 소장품들은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 나지만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고대 페루의 전시대와 전문명에 걸친 금은세공품은 물론 도자기, 직물, 가면 등 다채로운 전시품이 페루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듯 합니다.







황금박물관의 또 다른 특징은 국가가 아닌 개인의 소장품이라는 것입니다. 페루의 실업가였던 미겔 무히카 가요라는 인물이 평생 심혈을 기울여 모아 놓은 컬렉션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넘친다면 이런 박물관 하나를 남기는 것도 참 '돈을 잘 쓰다 가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마 외곽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니 거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너무 건조해서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산꼭대기까지 이런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거대한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페루를 가기전 자료를 보니 리마의 인구가 거의 8백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규모가 작아 이 인구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리마 외곽 곳곳에 자리한 거대한 달동네를 보니 그럴만 하다 싶었습니다. 







리마의 외곽 바닷가엔 '연인들의 공원'이 있습니다. 연인이 서로 껴안고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대범한 조각상이 공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인들의 공원'에서 역시 제일 어울리는 건 연인이지요...







'연인들의 공원' 옆으로는 미라플로레스 지구입니다. 소위 리마의 신시가지로 페루의 부자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산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달동네와는 전혀 딴판의 세계입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아름다운 태평양의 일몰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저녁을 먹었지만 페루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소가 미라플로레스 지구인 듯 합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