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잉카 제국의 수도 쿠스코.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준한 안데스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우리야 리마에서 비행기로 너무나 편하게 휙 날라갔지만 그 옛날 잉카인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저 험한 산을 넘어야 했을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안데스 산맥은 운해가 가득했습니다. 저 산너머 끝자락에 전설적인 잉카 제국의 수도 쿠스코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어왔습니다. 







제법 큰 호수도 눈에 띄었습니다.







워낙 큰 산맥을 넘는 길이라서 그런지 기류 변화가 무척 심했습니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로 겨우 1시간 길이지만 비행기는 몇차례나 요동을 쳐댔습니다. 한편으론 이 정도 수고도 없이 잉카로 갈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흠..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와보고 싶었던 쿠스코의 빨간 지붕집들이 안데스 산자락 너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리마에서 비행기를 탈 때부터 창가 좌석을 고집했습니다.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잉카인들은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쿠스코는 퓨마의 모양으로 건설했습니다. 도시 전체의 모양새가 정말 퓨마 모양인지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퓨마 모양인지 아닌지는 알아낼 길이 없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구도심 외곽에 새로 자리한 현대적인 집들 때문일 것입니다.

외곽의 주거지가 반듯반듯하게 구획 정리하듯이 나눠져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쿠스코 여행의 핵심인 구도시 중심입니다. 이 위를 날아가 준 비행기 기장에게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왼쪽의 잔디가 심어져 있는 광장이 쿠스코의 볼거리가 몰려 있는 아르마스 광장이고, 그 오른쪽 끝의 잔디가 있는 곳이 쿠스코에서 첫 번째로 방문할 산토 도밍고 성당입니다.







사실 페루 여행을 처음 꿈꾼 것은 어렸을 적 들었던 El Condor Pasa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철새는 날아가고'라고 번역되었던 것 같은데 Condor가 남미의 큰 독수리이니 '독수리는 날아가고'가 좀 더 정확한 번역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왜 독수리가 철새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감때문일까요?

암튼 그 은은한 팬 플룻 연주를 들을 때마다 페루가, 잉카가 꼭 나를 잡아 당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쿠스코의 아담한 공항에 내리니 이 페루의 음악가들이 El Condor Pasa 를 연주해주었는데 이 보다 더한 환영인사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니 파차쿠텍 황제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파차쿠텍은 15세기 잉카를 다스렸던 황제로 이 시기에 대부분의 영토 확장이 이루어져 사실상 잉카제국을 세운 위대한 황제로 칭송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세계적인 수수께끼인 맞추피추가 파차쿠텍 황제의 별장으로 건설된 도시라는 얘기도 있지만 전혀 확인된 바 없는 설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걷는 게 아니라 그냥 버스에 앉아 있는데도 조금씩 숨이 가빠 옵니다. 3,360m의 고지대이니만큼 그럴만도 합니다. 쿠스코에선 그저 천천히 움직이는 게 최고입니다.







고산증은 갑자기 500m 이상 고도를 높였을 경우 쉽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고산증 증세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컨디션이 좋다고 마구 움직이면 3명중 2명은 그 날밤 영락없이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쿠스코에선 그저 천천히, 또 천천히 뿐입니다.







쿠스코에서 우리의 첫 방문지 산토 도밍고 성당입니다.












쿠스코는 얼핏보면 오래된 스페인 도시 같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의 모든 유적을 허물고 그 위에 스페인식의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산토 도밍고 성당입니다.







산토 도밍고를 보면 성당 건물 부분과 아래쪽 기단부의 석재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단하면서도 정교한 잉카의 기단부위에 성당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무리 스페인 정복자라 하더라도 잉카의 모든 것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는 코리칸차 신전이 있던 곳입니다. 잉카에선 태양신을 모시던 가장 중요한 신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고스란히 스페인은 자신의 신전을 건립한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신을 잉카의 신위에 군림케 함으로써 잉카인들에게 '완전 정복'을 각인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잉카의 여인들 머리위에 서양식 중절모가 씌워져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의 성격일 것입니다.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쿠스코를 함락시킨 것은 1532년의 일입니다.












쿠스코를 점령하면서 피사로가 가장 탐을 냈던 곳이 바로 이 코리칸차 신전이었습니다. 신전의 석벽이 모두 금으로 장식된 황금신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피사로가 이 신전의 금을 원형 그래로 본국에 보냈더라면 지금은 훨씬 더 가치가 있는 보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사로는 보낼 금이 너무 많자 이를 운반하기 편하도록 모두 한꺼번에 녹여 금뭉텅이로 만든 다음 스페인으로 보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금을 모두 떼어내자마자 신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산토 도밍고 성당을 세웠습니다.







코리칸차에는 태양의 신전과 달의 신전, 그리고 별의 신전이 황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이 처럼 평범한 벽만이 남아 있습니다.







잉카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스페인의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벽면엔 잉카 대신 스페인의 정복활동과 선교 과정을 담은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피사로의 정복으로 잉카는 몰락했지만 산토 도밍고 성당의 기단부처럼 쿠스코 곳곳에는 마치 숨은 그림처럼 여전히 잉카의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그 흔적들을 찾기 위해 산토 도밍고 성당을 나와 쿠스코 여행의 핵심인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보았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